유엔 인권대표 "브라질 룰라 전 대통령 재판 과정에 많은 의문"
유엔인권이사회 내년 상반기 룰라 둘러싼 인권침해 논란 입장발표 예정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에 대한 재판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23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바첼레트 대표는 전날 밤 칠레 TV와 회견을 통해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부패 혐의 재판 과정에 "많은 의문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룰라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인권침해 논란에 관해 조사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앞서 룰라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브라질의 세르지우 모루 전 연방판사(현 법무부 장관)가 재판을 편파적으로 진행했다며 유엔 인권이사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내년 상반기 중에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룰라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돈세탁 등 혐의로 2017년 7월 1심 재판에서 9년 6개월, 지난해 1월 2심 재판에서 12년 1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며 4월 7일부터 남부 쿠리치바 시내 연방경찰에 수감됐다.
브라질 좌파 노동자당(PT)은 모루 당시 판사가 검사들에게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 판결과 수감을 끌어낼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으며,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대선 출마가 좌절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바첼레트 대표는 최근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를 두둔하는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매우 안타깝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바첼레트 대표는 지난주 제네바에서 브라질 하원 인권·소수자 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나서도 보우소나루 정부의 인권정책을 비판하면서 브라질의 인권상황을 매우 우려한다고 밝혔다.
앞서 바첼레트 대표는 인권 문제를 두고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한 차례 논란을 벌였다.
바첼레트 대표는 지난 4일 브라질에서 경찰 폭력이 증가하고 군사독재정권에 면죄부를 주는가 하면 인권운동가들이 위협받는 등 민주주의 공간이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1973년 군사 쿠데타로 좌파를 물리치지 않았다면 칠레는 지금 쿠바가 돼 있을 것"이라며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를 옹호했다.
특히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바첼레트 대표의 부친도 당시 좌파 인사들 가운데 하나라고 말해 논란에 불을 질렀다.
공군 장성이던 바첼레트 대표의 부친 알베르토 바첼레트는 살바도르 아옌데 좌파정권 전복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고문을 당하다 1974년 50세 나이로 옥사했다. 바첼레트 대표 역시 1975년 피노체트 정권 요원들에게 체포돼 고문을 당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바첼레트 대표 부친의 죽음과 같은 고통스러운 일에 대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을 결코 공유할 수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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