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게임체인저' 도전…현대차그룹 역대 최대 투자
미래성장에 과감한 '베팅'…모빌리티ㆍ자율주행ㆍ전기차에 잇단 투자협력
"패러다임 변화대응에 사활 건 경쟁…혁신기술 주도 핵심플레이어 될 것"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역대 최대 규모의 대외 투자를 단행하며 미래성장 동력 확보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23일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2조4천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는 연산 30만대 규모 해외 공장을 2개 이상 건설할 수 있는 규모로, 현대차그룹이 그간 외부업체에 투자한 사례 중 가장 크다.
현대차그룹은 당장 차를 생산하는 공장을 짓는 대신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는 업체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도약하기 위한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이번 투자로 현대차그룹은 운전자 개입 없이 운행되는 레벨 4, 5(미국 자동차공학회 SAE 기준) 수준의 궁극의 자율주행차를 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차그룹은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진화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같은 변화의 움직임은 지난해 9월 정의선 수석부회장 취임 전후로 본격화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며 "글로벌 최고 기업들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미래 혁신기술을 주도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에서는 지역 특색을 고려해 투자와 협력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동남아시아 최대 카헤일링 업체인 그랩(Grab)에 2억7천500만 달러를 투자했고, 싱가포르에서는 현대차[005380]의 전기차를 활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인도 1위 카헤일링 기업 올라(Ola)에 3억 달러를 투자했고 미국과 호주의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인 '미고', '카넥스트도어'에도 전략 투자를 했다.
러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스콜코보 혁신센터'와는 차량 구독 서비스인 '현대 모빌리티'를 올해 4분기 선보일 계획이다. 중동에서는 지역 최대 카헤일링 플랫폼 업체 '카림'에 연말까지 차량 5천대를 공급한다.
국내에서는 라스트마일 물류업체 메쉬코리아와 마카롱 택시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에 전략 투자했다.
4월에는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 송창현 대표가 설립한 스타트업 '코드42(CODE42.ai)'에도 전략 투자했다.
현대·기아차는 자율주행차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기반 통합 제어기와 센서 개발을 위해 미국 인텔과 엔비디아와 협력하고 중국의 바이두가 주도하는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인 '아폴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고성능 레이더 전문 개발 미국 스타트업 '메타웨이브', 이스라엘의 라이다 전문 개발 스타트업 '옵시스', 미국의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 등에 전략투자했다.
미국의 미래 모빌리티 연구기관인 ACM(American Center for Mobility)의 창립 멤버로, ACM이 추진하는 첨단 테스트 베드 건립에 500만달러를 투자했다.
6월에는 미국 자율주행기술 전문 기업 '오로라'에 대한 전략투자에도 나섰다.
현대모비스[012330]는 7월 러시아 최대 IT기업 얀덱스(Yandex)와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 플랫폼을 공개하고, 러시아 전역에서 로보택시를 시범 운영할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커넥티드카 서비스와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커넥티드카용 통신 반도체 칩셋 전문기업 '오토톡스', 사고 차량 탑승객 부상 수준 예측 분석 기업 '엠디고', 스위스의 홀로그램 AR 내비게이션 개발 업체 '웨이레이'에 전략투자했다.
인공지능 음성인식 분야에서는 국내의 카카오[035720] 아이, 미국의 사운드하운드와 뉘앙스, 중국의 바이두 등과 협업해 차량용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를 선보였다.
존재감이 더욱 커지는 전기차 부문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달 초 유럽 최대 전기차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 전문업체인 아이오니티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해 BMW와 다임러, 폭스바겐, 포드와 동일하게 20% 지분을 갖게 됐다.
5월에는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하이퍼 전기차 업체 '리막'에 1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최근 중국 베이징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크래들 베이징'을 열면서 미국, 한국, 이스라엘, 독일에 이어 5대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구축 계획을 완성했다.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는 현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고, 이들과의 협업 및 공동 연구개발을 한다. 현대차그룹이 현지에 최적화된 신규 사업모델을 확보하는 기회를 포착하고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창구가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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