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바이칼호에 중국 관광객 몰리자 환경보호 강화

입력 2019-09-23 10:39
러시아, 바이칼호에 중국 관광객 몰리자 환경보호 강화

세계 최대 담수호 바이칼호에 대한 주정부 모니터링 규정

작년 중국인 관광객 1년전보다 37% 가량 늘어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러시아 정부가 세계 최대의 담수호인 시베리아 지역 바이칼호에 중국 관광객이 몰리고, 중국인 투자가 늘어나자 환경보호 조치를 강화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2일 시베리아 바이칼호에 대한 환경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새로운 의정서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의정서는 바이칼호가 속해 있는 이르쿠츠크주 정부가 바이칼호의 보존과 환경 복원에 관한 법률 준수를 위해 어떻게 모니터링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 의정서는 주 정부가 바이칼호의 독특한 생태환경과 수생 동식물을 모니터링하는 것뿐만 아니라 환경 파괴 위협에 대한 대응책을 세우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가 이러한 조처를 한 데에는 바이칼호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바이칼호 주변 지역에 대한 중국인의 개발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칼호 지역 환경보호 활동을 하는 유진 시모노프는 "바이칼호 문제에 대한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대부분 중국 업계가 추진하고 있는, 관광 목적의 호수 주변 개발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급증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기 위해 현지인과 중국인들이 바이칼호 주변에 불법 호텔을 설립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바이칼호 지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18만6천여명으로, 1년 전보다 37%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칼호 지역을 찾는 외국인 중 3분의 2가 중국인이다.

중국인 사업가들의 무리한 바이칼호 개발 의욕도 현지인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의 한 기업이 러시아 현지법인을 통해 바이칼호 인근에 생수 공장을 지으려다 현지인들의 반대로 무산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헤이룽장성의 기업은 러시아 현지법인 아쿠아시브를 설립해 바이칼호에서 생수를 생산하려 했지만, 바이칼호의 환경 오염을 우려한 현지인들의 반대로 뜻을 접어야 했다.

100만명 이상이 생수공장 반대를 위한 온라인 청원에 나서자, 결국 러시아 법원은 지난 3월 건설 중단 결정을 내렸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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