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NYT, 母子 사망 사건 통해 '탈북민 어려움' 조명
생활고·취업난 겪는 탈북민 실태 보도…"母子 마지막 순간 참담"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은 21일(현지시간) 탈북민 모자 사망 사건과 한국 내 탈북민 복지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탈북민 모자 사망 사건은 지난 7월 31일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한 임대아파트에서 탈북민 한모(42) 씨와 아들 김모(6) 군이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사망한 지 2개월가량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모자의 부검 결과는 '사인 불명'으로 나왔지만, 시신 발견 당시 냉장고 등에 식료품이 다 떨어진 상태였다는 점에서 아사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후 사인 규명 및 후속 대응책 등을 둘러싼 정부와 탈북민 단체 간 이견으로 2달 가까이 정식 장례식이 열리지 못하다가 이날 장례위원회 주관으로 시민 애도장이 진행됐다.
CNN은 이번 사건이 한국에서 사회적 이슈(lightening rod)가 됐다고 소개했다.
NYT는 한국에 사는 다수 탈북민이 겪는 어려움을 충격적으로 일깨운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사건이 보도된 후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 마련된 탈북민 모자 분향소에는 조문객 수천 명이 몰렸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번 사건으로 북한의 압제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아 내려온 탈북민들에 대해 한국 정부가 소홀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CNN은 전했다.
지난 2일 통일부는 탈북민 모자 사망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둔 탈북민 생활 안정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탈북민 단체들은 더 큰 변화를 원하고 있다고 CNN은 짚었다.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들은 정착기본금으로 800만원을 받고, 한씨처럼 2인 가구인 경우 6개월간 매달 87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하지만 이는 올해 2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인 290만원에는 훨씬 못 미치는 액수라고 CNN은 지적했다.
게다가 한씨와 같은 탈북민들은 취업이 어려운 것도 문제라고 방송은 덧붙였다.
지난해 통일부가 탈북민 2만5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탈북민의 실업률은 6.9%로 일반 국민보다 2.9%가 높았다. 조사에 응한 탈북민 중 약 60%는 육아 문제로 취업이 어렵다고 답했다.
한씨의 경우에도 뇌전증을 앓는 6세 아들을 맡길 곳을 찾지 못해 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한씨 모자의 마지막 수개월이 말 그대로 참담했다고 기술했다.
탈북 이후 중국에 머물다 지난해 9월 한국에 들어온 한씨 모자의 수입은 아동수당과 양육수당 각 10만원씩 월 약 20만원이 전부였다.
그나마 받던 아동수당도 아들 김군이 만 6세가 된 올 3월부터 끊겼다.
한씨는 이 돈에서 월 9만원인 임대아파트 월세도 내야 했다. 월세는 수개월째 밀렸고 각종 공과금도 미납됐다.
결국 수도검침원이 요금 미납으로 단수 조처된 이후에도 소식이 없는 한씨 집을 방문했다가 악취가 나는 것을 확인해 관리인에게 알렸다.
한씨의 한국 입국을 도운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회 회장은 CNN에 "나는 그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없었다"며 "(중국에 있는) 농장에서 내가 뭣 하러 한씨를 데리고 왔나. 중국 시골에서도 굶주려서 죽는 사람은 없다"며 자책했다.
같은 탈북민으로, 모자 사망 사건 이후 꾸려진 탈북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이런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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