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 멸종은 중이염 잦은 귀 구조 탓
인간 유아와 비슷…현생인류와 생존 경쟁서 뒤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현생인류와 공존했던 네안데르탈인이 약 3만년 전 지구상에서 사라진 원인은 인류학의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기후변화부터 특정 전염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설이 제기돼 왔지만 아직 확실한 원인은 규명된 것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뉴욕 과학자들이 인간 유아에게서 흔한 중이염이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을 가져왔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뉴욕주립대학(SUNY) 다운스테이트 보건과학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부교수 새뮤얼 마르케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스타키오관(管)을 복원해 분석한 연구결과를 학술지 '해부학 기록(The Anatomical Record)' 온라인판에 실었다.
유스타키오관은 코의 뒤쪽 부분인 비인강과 가운데귀(中耳)를 연결해 가운데귀와 바깥귀의 압력을 같게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인류학자와 머리·목 부위 전문 해부학자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이 특별한 병원균이 아니라 만성 귓병처럼 가장 일반적이고 해가 크지 않은 아동 질환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팀이 네안데르탈인의 화석 등을 통해 유스타키오관을 복원해 분석한 결과, 인간 유아의 것과 상당히 비슷한 구조를 가진 것을 확인했다. 인간 유아의 유스타키오관은 중이염 박테리아가 머무르기 쉬한 평평한 각도를 갖고 있어 중이염이 흔하게 발생하는데 네안데르탈인의 유스타키오관이 이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특히 인간의 유아는 5세가 지나면서 유스타키오관이 길어지고 각도가 생기면서 중이염 박테리아가 밖으로 배출돼 중이염 감염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과 달리 네안데르탈인은 나이가 들어도 같은 구조를 유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금은 항생제가 발달해 중이염을 쉽게 치료할 수 있지만, 원시사회에서는 호흡기 감염, 청력 손실, 폐렴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지며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는 위협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이 중이염만으로 죽지는 않아도 평생 귓병을 앓으면서 현생인류와 식량과 기타 자원을 놓고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적응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적자생존의 세계에서 네안데르탈인이 아닌 현생인류가 승자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 대학 이비인후과 과장이자 석좌교수인 리처드 로젠펠드 박사는 "이번 연구의 장점은 연골로 된 유스타키오관을 복원한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네안데르탈인의 가운데귀에 새로운 이해는 네안데르탈인의 건강과 적응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새로운 추론을 가능하게 해줬다"고 평가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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