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트럼프, 우크라 대통령에 '바이든 아들 조사하라' 압력"(종합)

입력 2019-09-21 14:09
美언론 "트럼프, 우크라 대통령에 '바이든 아들 조사하라' 압력"(종합)

WSJ 등 보도…"바이든의 우크라 검찰총장 해임 압력도 조사요구"

바이든 "정치 위해 외교정책 이용", 힐러리 "선거 이기려 또 외세 도움"

트럼프 "부적절한 대화 없었다"…내주 우크라 정상과 또 회담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통화에서 내년 대선에서 '맞수'로 유력시되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을 조사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외국 정상과의 대화에서 부적절한 약속을 했다는 정보당국의 내부 고발과 관련해 이런 의혹 보도가 나오자, 바이든 전 부통령과 민주당은 맹공을 펼쳤고, 트럼프 대통령은 부적절한 대화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2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과 아들 헌터에 대해 조사할 것을 압박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 문제에 관해 (트럼프의 개인 변호인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협력해야 한다"며 거듭 요구하고, 바이든 전 부통령 아들에 관한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 "워싱턴 사람들도 알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바이든 전 부통령 관련 의혹은 그가 지난 2016년 초 우크라이나 측에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1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고 위협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아들인 헌터 바이든이 관여하던 현지 에너지 회사의 소유주를 '수사 레이더망'에 올려놨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은 결국 해임됐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재벌의 부패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공공연히 제기했으며, 변호인인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은 실제로 우크라이나 측에 이 문제를 조사해줄 것을 로비해왔다고 언론들은 지적했다.

줄리아니는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도 자신이 헌터 바이든에 대한 조사를 우크라이나 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특히 문제의 통화는 러시아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인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 수사해온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미 의회에서 공개 증언한 바로 다음날이라고 CNN 방송은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바이든 전 부통령은 강경한 표현들로 가득 찬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성명에서 "이런 보도가 사실이라면 기꺼이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고 우리나라를 비굴하게 만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향에는 바닥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이러한 행동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외교 정책을 이용하고 국가 안보를 약화했다는 점에서 특히 혐오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처럼 명백한 부패는 정부 기관들을 개인적 정치 보복의 도구로 전락시킴으로써 정부에 해를 끼치는 것"이라며 해당 통화 내용을 즉각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미 의회 하원 정보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 하원 상임위원장들은 이미 백악관과 국무부를 상대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이 또다시 선거에서 이길 수 있게 도와달라고 외국 세력에 요청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WSJ의 최초 보도 직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통화는 적절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양자 회담에 앞서 취재진에 "나는 많은 지도자와 대화를 나눈다. 그것은 언제나 적절하다"며 "내가 무슨 일을 하든 나는 이 나라를 위해 싸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제를 제기한 인물을 가리켜 "당파적 내부 고발자"라고 비난하면서도, 고발 내용이 7월 25일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통화가 맞느냐는 질문엔 "나는 정말 모른다"고 답했다.

이 같은 의혹 속에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내주 유엔 총회 기간에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하기로 했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만남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부패방지 노력에 기울인 열정과 이런 노력의 성공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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