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 문제없다는 日, 9년전 中아시안게임땐 자제 요구 '들통'
광저우 AG 때 "과거사 상기시키는 물건"이라며 자국민에 주의 환기
현재는 "욱일기, 日문화 일부" 주장…'제국주의 軍사용' 사실 감춰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내년 도쿄(東京) 올림픽·패럴림픽 때 전범기인 욱일기의 경기장 반입이 문제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일본이 9년 전 중국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때에는 자국 국민들에게 욱일기 이용의 자제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들통났다.
20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2010년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때 외무성의 '해외 안전 홈페이지'에 욱일기를 "과거의 역사를 쉽게 상기시키는 물건"으로 지칭하면서 "욱일기를 들면 트러블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자국의 중국 여행자들에게 주의를 환기했다.
욱일기를 과거사를 상기시키는 물건이라고 본 2010년의 판단은 욱일기가 정치적인 선전물이 아니라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때 경기장에 반입해도 된다는 현재의 설명과 정반대다.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올림픽 담당상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도쿄 올림픽 경기장에 '욱일기' 반입을 금지토록 요구하는 것에 대해 "욱일기가 정치적 의미에서 결코 선전(물)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 정부가 9년 전에는 다른 설명을 했다는 사실은 지난 18일 외무성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오타카 마사토(大鷹正人) 외무성 보도관은 "욱일기는 대어기(大漁旗·풍어를 기원하는 깃발)와 출산, 명절을 축하하는 기(旗) 등으로 넓게 사용되고 있어서 긴 역사를 자랑하는 물건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욱일기를 드는 것은 정치 선전이 아니다. 욱일기의 올림픽·패럴림픽 반입 금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기자가 2010년의 사례를 설명하며 현재와 견해가 달라진 것이냐고 물었고, 이에 오타카 보도관은 "그릇된 이해를 하고 있는 분들 사이에서 (욱일기로) 과거의 역사를 상기시키고 있어서 어떤 행동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를 환기했던 것"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기자회견 내용을 보도하며 외무성이 현재의 방침과 이전의 방침 사이의 정합성(들어 맞음)을 설명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욱일기에 대해 일본 정부의 궁색한 입장이 드러나는 것으로 외무성이 지난 5월 홈페이지에 게재한 욱일기 설명 자료(일문·영문)도 있다.
외무성은 욱일기가 일본 문화의 일부이며 국제적으로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주장을 펴면서도 정작 욱일기가 제국주의 시절 육군과 해군의 깃발로 쓰였다는 점은 설명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에서는 이런 사실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는데, 이에 대해 보도관은 "(설명 자료의 내용은) 사람들이 오해를 하지 않게 최대한 노력한 결과"라는 억지 설명을 내놨다.
욱일기는 제국주의 일본이 과거 태평양전쟁 등에서 전면에 내걸며 일본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의 상징물로 사용됐다.
현재 사용이 엄격하게 금지된 독일 나치의 상징 문양과 달리 일본에서는 욱일기가 일본 정부의 용인 하에 자위대기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반 축제 등에 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익들은 혐한(嫌韓) 발언을 하는 시위에서 욱일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욱일기는 여전히 제국주의 일본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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