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하고 탄소배출 줄이고…스웨덴 기업들 '脫항공여행'
'플라잉 셰임' 현상 확산…항공업계 울고, 기차 운영사 웃어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지구 온난화에 상당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항공기의 이용을 자제하자는 움직임이 스웨덴에서 확산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비행기 탑승을 가능한 한 줄여야한다는 소위 '플라잉 셰임'(flying shame) 현상이 널리 퍼지면서 주요 대기업들마저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0일 보도했다.
16살의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16)가 '세계 환경운동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면, 그의 모국은 이제 화석연료를 마구 먹어치우는 항공기 여행을 수치스러운 일로 연결 짓는 방향의 선도자가 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스웨덴 벤치마크 지수에 포함된 29개 기업 중 21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주요 기업들은 점점 기차 이용을 늘리고 있으며 온라인 회의 등 디지털 기기의 활용을 장려하고 있다.
응답 기업들의 약 절반은 수년 내에 항공 여행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으며, 어느 한 기업도 항공여행은 증가한다는 쪽에 의견을 주지 않았다.
스웨덴의 주요 기업들은 다양한 형태로 항공 이용 배척에 동참하고 있다.
이동통신 업체인 텔리아(Telia Co.)는 직원들에게 이동 거리가 500㎞ 이하라면 기차를 이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경우 스웨덴 양대 도시인 스톡홀름과 예테보리 간 항공기 이용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셈이다.
텔리아는 "2001년 이래 항공 여행을 80%까지 줄였다"며 "이는 우리가 이산화탄소 배출은 90%까지, 비용은 약 80%까지 줄였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산업용 장비 업체 아틀라스 콥코(Atlas Copco AB)는 여행시간에 상당한 차이가 없다면 기차 여행을 선택하도록 조언하고 있으며, 주요 은행인 스벤스카 한델스방켄은 가능한 한 항공여행은 피하고 기차를 택하도록 하고 있다.
또 북유럽 최대 은행인 노르데아 뱅크는 화상회의나 콘퍼런스 콜을 우선하도록 독려하면서 2017년 이래 북유럽 지역 항공여행을 21%나 줄였다. 또 2021년까지 연간 7% 감소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밖에 AB 은행은 지난해부터 매월 비행기 탑승이 없는 주간을 도입했고, 스위스와 스웨덴 합작 엔지니어링 업체인 ABB는 직원들이 쓴 모든 항공비용의 1.8%를 에너지절감 펀드에 적립하고 있다.
항공기 이용을 줄이는 기업들로서는 탄소 배출 감소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비용 절감 효과도 누리고 있다.
이런 기업들의 행태는 항공업계에는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스칸디나비아항공(SAS)과 같은 항공사들로서는 그동안 기업 비즈니스 여행 부문에서 많은 수익을 내왔다는 점에서 심란한 상황 전개인 셈이다.
스웨덴 메인 공항 운영사인 스웨다비아도 최근 12개월 연속 이용 승객 감소를 겪고 있는데 그 이유 중 일부는 '플라잉 셰임' 탓으로 보고 있다.
SAS의 프레자 아나마츠 대변인은 스웨다비아와 같은 극적인 둔화는 아직 없지만 결국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스웨덴 국영 철도 기업인 SJ는 지난해 여객 운송이 3천200만명을 기록하는 등 톡톡히 재미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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