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 트럼프 행위 여러 건…우크라 대통령과 통화가 초점"(종합)

입력 2019-09-20 17:57
"내부고발 트럼프 행위 여러 건…우크라 대통령과 통화가 초점"(종합)

감찰관 "트럼프 내부고발, '한 건보다 많은 행위'에 근거하고 있어"

민주, 우크라 정상에 바이든 전 부통령 아들 수사 종용 의심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외국 정상과 대화에서 부적절한 약속을 했다'는 내부 고발 논란이 미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적절한 약속을 한 외국 정상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 알려졌고, 해당 고발 문건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부적절 행위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부적절한 약속'의 배경이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상처를 가하려는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고발 문건 공개를 둘러싼 민주당 하원과 트럼프 행정부의 공방이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내부 고발은 단순히 외국 정상과 나눈 한 차례의 대화가 아니라 그 이상의 횟수와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은 이날 하원 정보위원회의 비공개회의에 출석한 미 정보기관 감찰관(IGIC) 마이클 앳킨슨의 입에서 나왔다고 NYT는 전했다.

앳킨슨은 지난달 12일 한 정보기관 직원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지도자와 매우 우려할만한 약속을 했다는 내용의 내부 고발을 접수한 인사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민주당의 마이크 퀴글리(일리노이) 하원의원이 비공개회의 후 기자들에게 "앳킨슨은 내부고발이 일련의 사건(a series of action), 정확히는 '한 건 보다 많은 행위'에 근거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는 워싱턴포스트(WP)가 전날 보도한 '하나의 약속'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앳킨슨의 진술과 별개로 이번 사안에 대해 잘 아는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정상들과 한 약속 중 일부도 고발 내용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앞서 앳킨슨으로부터 고발 내용을 보고받은 매과이어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은 해당 내용이 의회 통보 의무 사항인 '긴급한 우려'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를 의회에 알리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앳킨슨의 발언이 나온 직후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긴급하고 합법적인 내부 고발에 대한 은폐를 조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의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아직 내부 고발의 내용을 알 수 없고, 백악관이 이를 은폐하는 데 관여했는지에 대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긴급한 우려'가 무엇인지 밝히고, 국가 안보를 지키며, 내부고발자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하겠다"며 고발 내용 공개를 위해 하원 법무자문위원과 함께 법정 소송을 포함한 여러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프 위원장은 또 매과이어 국장 대행이 의회에 내부고발 문건을 제출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의 측근이 연루된 기밀 정보임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전 DNI 국장 중 누구도 의회 자료 제출을 거부한 적이 없었다며 매과이어 국장 대행에 오는 26일 의회 출석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발부했다.



이런 가운데 WP와 NYT는 2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의 대화가 우크라이나와 관련돼 있다고 추가로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내부 고발이 접수되기 약 2주 반 전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인 헌터 바이든 관련 수사를 종용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들은 이미 이달 초 두 정상의 통화 녹취록과 통화에 참여한 인사들의 명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그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W.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연루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우크라이나 재벌의 부패 의혹 수사에 간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이 우크라이나 재벌 소유 가스회사로부터 보수를 받아왔으며, 해당 재벌의 부패 의혹을 조사하던 검사가 교체된 데는 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그러한 통화가 있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면서 내부고발과 관련한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하원 정보위와 외교위 등 민주당의 관련 상임위 지도부는 "2020년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재선을 노린 트럼프 대통령과 줄리아니가 우크라이나 정부와 사법기관에 점점 더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며 사건의 배후로 백악관과 국무부를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부 고발 건에 대해 "외국 지도자들과 통화할 때 상대국은 물론, 다양한 미국 기관들이 이를 들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면서 "많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통화를 하면서 부적절한 이야기할 것이라고 믿는 멍청한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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