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네타냐후, 여러차례 잘못된 정보로 트럼프 속여"
트럼프 親이스라엘 행보·'실각위기' 네타냐후 동시 겨냥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렉스 틸러슨 전 미국 국무장관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잘못된 정보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여러 차례에 걸쳐 '호도'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이었던 틸러슨 전 장관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 등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견제와 균형' 역할을 하며 '어른들의 축'으로 불렸으나, 대북 문제나 이란 핵 합의 등 주요 외교·안보 현안을 둘러싼 견해 차이 등으로 불화를 겪다 지난해 3월 '트윗 경질'된 바 있다.
틸러슨 전 장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이뤄진 하버드대학 교수들과의 면담에서 이같이 언급했다고 의회 전문 매체 더 힐이 19일 하버드 대학신문인 '하버드 가제트'를 인용해 보도했다.
취임 초기부터 친(親) 이스라엘 행보를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이 정작 네타냐후 총리에게 속아왔다는 주장으로, 네타냐후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양측 모두에게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틸러슨 전 장관은 이날 면담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권모술수에 능하며 훗날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되는 세계 정상들과 관계를 구축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어떤 현안에 대해 미국 당국자들을 설득하는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잘못된 정보를 활용해왔다고 덧붙였다.
틸러슨 전 장관은 "그들(이스라엘 당국자들)은 대통령에게 '우리는 좋은 사람들이고 저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라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 몇차례에 걸쳐 그런 일을 했다"며 이후 그들에게 속았다는 걸 트럼프 대통령에게 알린 바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와 그렇게 긴밀하고 우리에게 그렇게 중요한 동맹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이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틸러슨 전 장관은 자신이 취임했을 때만 해도 중동 지역의 평화 문제에 대해 낙관적이었으나, 대통령과의 소원한 관계로 인해 국무부가 이 분야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와 함께 재임 시절 국무부 개편에 다소 지나치게 공격적이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이스라엘이 트럼프 대통령을 속여왔다는 틸러슨 전 장관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스라엘은 좋은 사람들"이라고 반박했다고 더 힐은 보도했다.
취임 후 줄곧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총선을 사흘 앞둔 지난 14일 트위터를 통해 미-이스라엘 상호방위조약 논의를 거론하며 다시 한번 '네타냐후 구하기'에 나선 바 있다. 두 사람은 내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상호방위조약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총선 결과 실각 위기에 처함에 따라 유엔총회 참석 일정을 취소한 상태이다.
앞서 틸러슨 전 장관이 지난 연말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불법적인 일을 자주 주문했다"고 폭로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멍청하고 게을렀다"고 험담을 퍼붓는 등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는 이어져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후로도 틸러슨 전 장관에 "돌같은 멍청이"라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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