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연료난 겪는 쿠바…정부는 '마차 이용' 장려까지
미국의 쿠바·베네수엘라 제재 속에 연료 부족사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쿠바가 미국 제재 여파 속에 심각한 연료 위기를 겪고 있다. 경유 부족으로 대중교통 운행이 줄어들고 정부는 말이나 소를 이용한 운송수단 사용까지 장려하고 나섰다.
쿠바 공산당 기관지인 그란마는 19일(현지시간) 호세 라몬 마차도 벤투라 공산당 부서기가 전날 시엔푸에고스의 농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동물 운송수단을 더 많이 활용하라고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소를 농사에 활용하고 농부들 이동이나 농산물 운반에 말을 이용하면 연료 이용을 줄이면서 더 많은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페인 EFE통신은 요즘 쿠바 관리들 입에서 '동물 운송수단'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고 전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국가평의회 의장도 최근 한 농촌 지역에서 동물 운송수단의 장점에 대해 말했다고 EFE는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연료 부족이 심화하는 데 따른 고육책이다.
쿠바 정부는 이 같은 에너지 위기를 미국 정부의 제재 탓이라고 주장한다.
안 그래도 미국 제재 등으로 인한 오랜 경제난에 연료가 귀해진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제재로 베네수엘라로부터 기름을 들여오기도 더욱 어려워졌다.
디아스카넬 의장은 지난주 국영방송 연설에서 연료 부족으로 인해 대중교통과 전력 생산은 물론 상품 유통에도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쿠바 정부는 이에 따라 대중교통의 운행 시간을 조절하고, 일부 철도 노선의 운영을 중단했다.
쿠바 정부는 10월분 연료가 확보됐다며 이 같은 연료 위기가 일시적인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쿠바 국민들은 1990년대 겪었던 연료 위기가 되풀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시 쿠바는 1991년 소비에트연방 해체 후 소비에트연방에서 받던 연료 지원이 끊기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최근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는 출퇴근 시간이면 사람들이 몇 시간씩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고, 주유소에는 기름을 사려는 차와 사람들이 몇 블록 너머까지 줄을 늘어서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자가용도, 대중교통도 이용하기 힘들어진 쿠바인들은 정부가 앞장서서 장려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동물에 의존하기도 한다.
쿠바 매체 라오라데쿠바는 이날 카마구에이 지역의 한 거리에 쓰러져 있는 말의 사진을 실었다.
라오라데쿠바는 말이 무더운 날씨에 과도하게 마차를 끌다 쓰러진 것이라며, 연료 위기 속에 동물들의 혹사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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