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폐쇄로 주식인 쌀 가격 치솟아 고통 겪는 나이지리아인들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50kg들이 쌀 포대들을 오토바이 뒤에 싣고 국경을 통과하면서 세관원에게 지폐 몇장을 살짝 건네주던 시절은 끝났다.
나이지리아 정부가 국경을 닫고 나서 그동안 바스마티 라이스(길고 끈기가 적으며 향이 나는 쌀)로 나이지리아 국민의 주린 배를 달래주던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이제 기껏해야 몇몇 쌀자루를 몰래 들여올 따름이다.
자신을 아데올레라고만 밝힌 한 남성은 밀수꾼들이 감옥행 이상의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며 "그들은 우리를 염소처럼 쏘아 죽인다"고 분개했다.
19일 AFP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인근국 베냉으로부터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하루 3천 포대가량의 쌀을 밀반입하던 것이 이제는 소량에 그치고 있다
그 결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종전 9천 나이라(약 2만9천원)에 팔리던 쌀 1포대가 이제는 나이지리아 근로자의 월평균 급여보다 많은 2만2천 나이라에 판매된다.
국경폐쇄는 나이지리아를 원유 의존형 경제에서 탈피해 농업과 산업 발전을 이룩하고자 하는 무함마드 부하리 대통령의 계획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달, 부하리 대통령은 나이지리아로 밀수된 혹은 정식 통관된 수입 제품 모두 국내 생산자에게 피해를 준다며 베냉과 맞닿은 국경을 폐쇄하라고 명령했다. 이달 들어서는 모든 인근국 국경이 폐쇄됐다.
하미드 알리 나이지리아 관세청장은 국경을 맞댄 모든 나라가 수입품에 대한 나이지리아의 경제정책에 명시된 조건들을 수용할 때까지 국경폐쇄가 유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고스에 있는 컨설팅회사 '송하이(Songhai)'의 분석가인 아데다요 아데무와군은 정부의 이번 국경폐쇄를 '극단적인 수준의 보호주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이번 결정이 인센티브에 의해 개발을 장려하는 차원이 아닌 필요가 개발을 촉발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루어졌다고 평가했다.
아데무와군은 "그들은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산업이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과거에도 유사한 개발정책을 도입해 일부 성공을 이룬 적이 있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재임한 올루세군 오바산조 전 대통령은 시멘트 수입금지 조치를 내려 국내 시멘트 업계가 번창한 바 있다.
나이지리아는 2013년 이후 국내 쌀 생산이 60%나 증가한 것으로 공식 발표했지만,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부풀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 쌀 생산량은 480만 톤으로 음식구입 비용의 10%를 주식인 쌀 구매에 사용하는 1억9천만 나이지리아 국민을 먹이기에는 충분치 않은 양이다.
또한, 양을 떠나 맛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요인이다.
라고스와 베냉 국경 사이에 있는 해안지역인 바다그리의 한 시장 상인은 "사람들은 수입쌀을 좋아한다"라며 "나이지리아 쌀은 품질이 떨어지며 그나마 구할 수 있다 해도 가격이 너무 비싸다"라고 말했다.
이제 국경폐쇄로 나이지리아에서는 다음 수확기까지 쌀의 공급이 힘든 실정이다.
국경과 가까운 까닭에 사람들로 항상 북적이던 바다그리 시장은 이제 왁자지껄한 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쌀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마카로니, 식용유, 그리고 설탕도 거의 없다.
이 시장의 관리 책임자인 토도웨데 바바 오자는 "국내 생산품에만 의존할 수 없다"며 "아무도 외딴 섬에 살고 있지 않다. 우리는 서로 의존해야 한다. 고통이 걷잡을 수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한 푸줏간 주인은 가격이 많이 오른 쌀값을 치르느라 돈을 다 써버린 사람들이 고기를 살 돈이 없다며 "사람들이 더는 돈을 갖고 있지 않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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