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미실무협상 목전서 文대통령과 비핵화해법 조율

입력 2019-09-20 00:07
수정 2019-09-20 08:08
트럼프, 북미실무협상 목전서 文대통령과 비핵화해법 조율

유엔총회 메시지에 '이목'…'체제보장·제재완화' 北요구에 화답할까

한일갈등 언급 가능성…한미 균열설 불식하며 동맹 다지나

지소미아 복원요구·방위비 분담금 인상압박 '청구서'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비핵화 해법 등을 놓고 머리를 맞댄다.

이르면 이달 말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등 한동안 교착 상태를 이어가던 북미 대화의 시계가 다시 급박하게 돌아가며 한반도 정세가 또 하나의 분수령을 맞은 가운데서다.

이에 더해 한일갈등 격화 속에 한국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따른 한미 간 균열 우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 등 동맹 관련 현안도 테이블 위에 올려질 전망이다.



지난 6월 서울 회담 후 약 3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북미 간 실무협상에 앞서 한미간에 비핵화 로드맵을 조율, 북미대화를 촉진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제도 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의 제거'를 요구, 체제보장과 제재완화 문제에 대한 의제화에 시동을 걸고 나선 가운데 그 '응답'에 해당하는 미국의 상응 조치 등에 대한 한미 정상 간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19일 방미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미 실무협상의 미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간 조율도 워싱턴DC 등에서 진행된다.

실무협상의 성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언급한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의 조기 성사 여부와도 직결되는 만큼, 한미정상은 북미가 실무협상을 통해 중대 돌파구를 마련해 3차 정상회담으로 가는 발판을 닦는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상응 조치로서 종전선언을 비롯한 일련의 체제보장 방안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해온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제재 완화에 대해서도 일부 유연한 입장을 내비칠지도 관건으로 꼽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북한이 '눈엣가시'로 여겨온 대북 강경파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경질을 계기로 북한에 강력한 체제보장 메시지를 던지며 유화의 손짓을 보내왔다.

다만 평양 방문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론을 펴는 등 북미 협상이 결실을 거두려면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가 담보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해왔다.

특히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측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비핵화 로드맵 및 이행방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한미 정상 간 구체적 조율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그 연장 선상에서 한미정상회담 다음날인 24일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내용에 이목이 쏠린다.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적 대북 메시지라는 점에서다.

'체제보장'과 '제재 완화'로 대변되는 북한의 '새 계산법' 촉구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정도 '화답'할지 등에 따라 실무협상의 재개 시기와 협상 추이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간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던 지난 2017년 9월 유엔총회 연설 때 김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칭하면서 "완전한 파괴"를 언급, 대북 압박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후인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연설 때에는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의 추구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며 확연히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한일갈등 상황과 동맹 이슈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일 갈등 상황과 관련, "서로 잘 지내지 않는 것이 걱정된다"면서도 적극적 중재보다는 당사자인 한일 양국의 해결 노력을 주문하며 거리를 둬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유엔총회 무대에서 한일갈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역할'에 나설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이틀 후인 25일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도 회담할 예정이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19일 청문회에서 한미일간 삼각 안보 협력 증진을 위해 미국이 막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적극적 관여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은 어느 한쪽 편을 들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만큼, 적극적인 중재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일 갈등 악화 속에서 불거진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 한미일 대북 삼각 공조 균열을 우려하며 이에 대한 '철회'를 주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깊은 우려와 실망"을 공개적으로 표명해 왔다.

이르면 이달 말 시작하게 될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한미정상회담에서 인상 압박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동맹이 더 나쁘다"며 동맹들의 방위비 인상을 압박해왔다.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한미연합 군사훈련 문제 등이 거론될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한미연합훈련에 강력히 반발해온 북한이 실무협상에서 연합훈련 중단이나 주한미군 축소 또는 철수 등을 들고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한미연합 훈련에 대해 "완전한 돈 낭비"라며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해왔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회담이 한미 간 균열 우려를 불식하면서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자리가 될지 주목된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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