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그리스·터키, 국제경기서 국기 게양 문제로 또 '으르렁'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세계적으로 유명한 '앙숙' 터키와 그리스가 국제 경기 중 국기 게양 문제로 또 한 번 신경전을 벌였다.
발단은 지난 13일(현지시간) 그리스 동북부 항구도시 테살로니키에서 열린 유럽핸드볼연맹(EHF) 주최 여자 핸드볼 유러피언컵 1라운드 경기였다.
터키의 '무라트파샤 벨레디에'와 그리스의 'PAOK'가 맞붙은 이 경기에서 그리스 측은 관중이 흥분할 수 있다는 이유로 경기장에 터키 국기를 거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터키팀 감독은 "그리스 국기가 경기장에 걸려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당국은 터키 국기 게양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그리스 관중은 반복적으로 터키 선수들에게 폭언하고 침을 뱉기도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터키 외교부는 19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그리스 내 극단적이고 광신적인 민족주의의 추악한 얼굴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외교부는 성명에서 "그리스 국기가 경기장에 걸려있었음에도 터키 국기 게양이 금지된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는 경기 전 양 팀이 긴장 완화를 위해 합의한 사항과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그리스 관계 당국에 스포츠 경기에서 외국인 혐오와 폭력적인 관중을 금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메흐메트 무하렘 카사포을루 터키 청소년·체육부 장관도 "터키팀에 대한 부당한 대우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법적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와 그리스는 15세기 말 그리스가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에 점령당한 이후 수백 년간 앙숙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그리스는 약 400년간의 치열한 독립 투쟁 끝에 19세기 초 오스만 제국에서 독립하는 데 성공했고 이후 두 나라는 수차례 전쟁을 벌였다.
현재도 난민 문제와 키프로스 대륙붕 자원 개발 등을 두고 대립하고 있어 양국 간 스포츠 경기에서 묵은 국민감정이 폭발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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