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세상] "역세권 청년주택 작고 비싸다"?…SNS서 논쟁

입력 2019-09-22 07:00
[SNS 세상] "역세권 청년주택 작고 비싸다"?…SNS서 논쟁

"가구는 어디에 놓나" 비판에 "월 7만∼10만원에 역세권 5평 작다고 할 수 있나" 반론도

(서울=연합뉴스) 주보배 인턴기자 = 지난 17일 첫 입주자 모집을 시작한 '서울시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을 둘러싼 청년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무주택 청년이나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을 위해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서울시의 청년 주택사업이다.

역세권 청년주택을 둘러싼 논쟁은 한 트위터 이용자가 올린 글로 촉발됐다.

'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누리꾼은 지난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청년 주택의 대부분은 16㎡ 내외의 원룸인데 '사회초년생이니까', '시세보다 저렴하니까'라는 말이 작은 방에 살아도 괜찮은 이유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싸지만 너무 작다는 불만이다.



이 게시물은 4천명이 넘는 이용자에게 공유됐으며 공감하는 의견이 잇달아 댓글로 달렸다.

'마*'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는 "5평짜리 원룸에 살아봤는데 빨래건조대를 펴면 이동도 힘들고 다른 집안일을 하기 어려웠다"고 동조했고, 페이스북 이용자 탁모씨도 "5평 원룸은 짐을 맡겨놓을 본가가 있는 사람에겐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답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조신영(가명·26)씨도 "모집 중인 역세권 청년주택에는 에어컨, 세탁기 등 가전이나 가구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5평 남짓한 공간에 필요한 가구 등을 들여놓으면 너무 좁을 것 같아 신청을 망설였다"라고 말했다.

역세권 청년주택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저렴한 월 임대료(공공 물량은 월 7만∼10만원)를 고려했을 때 5평 원룸은 나쁜 주거 환경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트위터 이용자 'jayou****'은 "고시원이나 쪽방에서 더 비싼 돈을 내고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5평은 좁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이용자 '비*'은 "청년들이 월세가 저렴한 역세권 청년주택에 살면서 보증금을 모은 뒤 더 나은 환경으로 이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임대보증금이 비싸다는 반응도 나왔다.

지난달 공개한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입주자 공고문에 따르면 임대보증금은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전용면적 5평(16㎡) 원룸을 기준으로 1천700만∼2천2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월 임대료는 7∼10만원 수준이다.

'the_****'라는 네이버 이용자는 "역세권 청년 주택을 신청해볼까 하고 공고를 봤더니 보증금 액수가 밑천 없는 청년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트위터 이용자 'Qu**'는 "부모에게 보증금을 빌릴 수 없는 사정의 청년은 접근하기 어려운 정책"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다음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한 익명의 이용자는 "역세권 청년주택을 신청했지만 취소하려 한다"면서 "보증금을 낼 돈이 없어서 당첨돼도 들어갈 수가 없다. 고시원 말고는 변변한 원룸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지방에서 서울로 온 것 자체가 잘못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보증금을 구할 수 있는 이들에겐 너무 작고, 보증금이 없는 이들에겐 어차피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성달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도 "역세권 청년주택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비싼 임대보증금"이라며 "당장 보증금 마련할 길이 없는 청년은 현실적으로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Je**'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트위터 이용자는 "역세권 청년주택을 향한 비판은 서울 주거비의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포털 사이트에서 역세권 매물의 가격을 찾아보면 이런 비판이 나올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이번에 모집을 시작한 충정로역, 강변역 인근 청년주택의 임대료가 공공주택의 경우 주변 시세의 30%, 민간주택은 주변 시세의 85∼95% 수준으로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주거비용이 높게 책정됐다는 비판에 대해 "신축 아파트인 역세권 청년주택은 대부분 지은 지 수년에서 20년이 넘은 단독 또는 다가구주택과 건립연도에서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확장형 발코니나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주거환경 자체가 다르다"고 해명했다.

서울시 주택공급과 관계자는 "보증금이 없거나 부담되는 청년에게 임대보증금 무이자대출, 대출 이자 지원 등 지원 방안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jootreasu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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