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경로 '사분오열' 美연준…연달아 두번 내리고 '일단 멈춤'(종합)
7,9월 0.25%P씩 인하…점도표선 "내년까지 추가인하 없을 것"
연준 수뇌부, 정책경로 시각차…뉴욕 금융시장은 '갸우뚱'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기조가 안갯속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연준은 18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거쳐 기준금리를 1.75~2.0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10년 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끌어내린 7월 말 FOMC에 이어 연속으로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다만 추가적인 금리 인하엔 거리를 뒀다.
시장에선 연말까지 남은 두차례 FOMC에서 추가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다음 달 동결 가능성을 55.1% 반영했다.
그동안 전폭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실패했다. 배짱도 없고, 감각도 없고, 비전도 없다. 끔찍한 소통가"라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맹비난했다.
미국 연준, 기준금리 0.25%P 또 인하…"경제하강시 연속적 인하 적절" / 연합뉴스 (Yonhapnews)
◇ 금리인하 3대 명분 '무역전쟁·경기둔화·저물가'
금리 인하의 핵심 배경은 무역전쟁과 경기둔화다.
이번 주 실무급 협상을 시작으로 미·중 무역협상의 물꼬가 트이기는 하지만, 7월 FOMC 당시와 비교하면 무역갈등의 수위는 확연히 높아졌다.
7월말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진행된 고위급 협상에서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무역갈등은 전방위로 번졌다.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했고, 양국은 보복성 관세장벽을 쌓아올렸다.
미·중 무역전쟁과 맞물려 글로벌 성장세도 갈수록 둔화하고 있다. 유로존과 일본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마이너스 금리'가 확산하는 추세다.
물론 미국 경제는 소비지출을 중심으로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 연준은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2%로 0.1%포인트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조업을 중심으로 생산·투자 활동이 위축되는 흐름으로,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둔화로 인한 외풍을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게 연준의 판단으로 보인다.
연준은 성명에서 "가계 지출이 강한 속도로 증가했지만, 기업 투자와 수출이 약화했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이 회견에서 '보험성 인하'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속해서 낮은 수준에 머무는 인플레이션도 금리 인하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반적인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다.
연준은 올해 근원 물가 상승률이 1.8%에 머물 것이라며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 인하? 인상? 동결?…향후 기준금리 '물음표'
연준이 두차례 연속해서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는 했지만, 추가적인 인하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하강하면, 더욱더 폭넓은 연속적인(sequence) 금리 인하가 적절할 것"이라면서도 "그것(경기하강)은 우리가 보고 있다거나 예상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하 기조로 완전히 선회할 가능성을 열어두기는 했지만 '경기하강'을 조건부로 앞세운 레토릭에 가까운 뉘앙스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우리가 오늘 내린 결정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다'는 한가지"라고 강조했다.
사분오열된 연준 내부 기류도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당장 이번 FOMC 회의에서 3명의 위원이 '0.25%포인트 인하'에 반대표를 던졌다. 2명은 금리동결 의견을 내놨고, 1명은 0.5%포인트 '빅 컷'을 요구했다. 지난 2014년 12월 이후 가장 많은 반대자가 나왔다고 CNBC 방송은 전했다.
향후 금리 경로는 한층 안갯속이다.
FOMC 위원의 금리조정 스케줄을 정리한 점도표(dot plot)를 보면, 17명 위원은 인하·인상·동결로 쪼개졌다.
연내 금리 움직임에 대해 7명은 0.25%포인트 인하를 전망한 가운데 나머지 10명은 인상(5명)·동결(5명)로 정확하게 나뉘었다.
중앙은행의 모든 '금리 선택지'가 엇비슷한 무게감으로 테이블에 올라온 셈이다. 향후 금리결정의 진통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연말 기준금리 중간값은 1.9%로 전망됐다.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도 1.9%다. 이날 인하된 기준금리(1.75~2.00%)에 당분간 묶어두자는 쪽에 힘이 실린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어려운 판단과 다른 전망의 시기"라고 말했다.
◇ 초단기 시장 안정화…레포금리 내리고 유동성 수혈
연준은 이번 FOMC 회의에서 초단기 자금시장의 '이상기류'에도 주목했다.
오버나이트(하루짜리)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금리는 전날 오전 최고 10%까지 치솟았다.
일정 기간 내 되사거나 되파는 조건으로 이뤄지는 초단기물 시장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연준은 레포 거래를 통해 530억 달러의 단기 유동성을 공급한 바 있다.
연준은 이날도 단기유동성을 공급했고, 19일에도 사흘째 조치를 이어갈 예정이다.
연방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서 유동성을 대거 흡수한 상황에서 시기적으로 분기 세금납부가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연준은 초단기 자금시장의 일시적 파열음으로 평가하면서 확대해석에 거리를 뒀다.
파월 의장은 회견에서 "통화 정책이나 경제 기조에는 영향이 없다"면서 "자금시장의 압력을 해소하기 위해 현 정책도구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차대조표 확대를 재개할 필요성이 있을 수 있다"면서 충분한 지급준비금을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초과지급준비금금리(IOER)를 2.1%에서 1.8%로, 오버나이트 레포 금리도 2.0%에서 1.7%로 각각 0.3%포인트 내렸다.
◇ 애매모호한 시그널에 금융시장 혼조
뉴욕 금융시장은 뚜렷한 방향성 없이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향후 금리 경로가 뚜렷하지 않다는 투자자들의 판단을 반영한 것이다.
증시는 사실상 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추가적인 금리인하 시그널이 나오지 않자, 주요 주가지수들은 급락세를 탔다가 장막판 낙폭을 대부분 회복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36.28포인트(0.13%) 상승한 27,147.08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03포인트(0.03%) 오른 3,006.73에 각각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8.62포인트(0.11%) 내린 8,177.39에 마치며 약보합세를 기록했다.
채권시장은 혼조를 나타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0.028%포인트 내린 1.777%, 3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0.046%포인트 하락한 2.226%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는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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