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부총리, 자위대 간부 모임 건배사에 금기어 "대동아전쟁" 표현

입력 2019-09-18 16:08
수정 2019-09-20 16:20
日부총리, 자위대 간부 모임 건배사에 금기어 "대동아전쟁" 표현

'침략전쟁 미화' 의도 담겨 공식 석상에서 퇴출당한 용어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자위대 간부 초청 행사에서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의미를 담은 '대동아전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소 부총리는 17일 총리 관저에서 열린 '자위대 고급간부 회동 간담회'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함께 참석했다.

아소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건배사를 하며 "이전 대동아전쟁이 시작되기 전, 무관으로 주영국 일본대사 요시다 시게루(吉田茂·아소 부총리의 외조부)를 섬겼던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표현은 방위대를 만드는 데 기여한 인물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나왔다.

문제는 '대동아전쟁'이 일본의 침략전쟁을 정당화하고 미화하는 용어라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이 표현은 정치인이나 언론, 교육 현장 등에서 터부시되며 사용되지 않고 있다.



대동아전쟁은 일본이 1937년부터 미국, 영국, 중화민국 등 연합군과 벌인 태평양전쟁을 미화하는 표현이다.

제국주의 일본은 1941년 12월 12일 각의(국무회의)를 통해 대동아전쟁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했다.

일본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 의한 아시아 식민지를 해방시켜 대동아공영권을 설립해 아시아의 자립을 지향한다'는 명분을 들어 전쟁을 일으켰다. 대동아전쟁이라는 표현은 '대동아공영권'이라는 표현에서 나왔다.

대동아전쟁이라는 표현이 갖는 불순한 의도 때문에 일본이 패전한 후 일본을 점령한 연합군총사령부(GHQ)는 공문서에서 이 표현 사용을 금지했다.

이후에도 정치인들, 주요 언론, 교과서 등은 태평양전쟁이나 2차 세계대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아베 총리도 지난달 패전일(한국의 광복절) 행사에서 '이전 대전(大戰)'이라는 말을 썼다.



아소 부총리는 지난 2008년 총리 재임시에도 대동아전쟁이라는 말을 썼다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는 당시 일본의 과거 전쟁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일청·일러(전쟁)과 이른바 대동아전쟁, 제2차세계대전과는 조금 종류가 다르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대동아전쟁'이라는 말을 썼고, 이후 비판이 쇄도했다.

전날 자위대 간부 초청 행사에는 아베 총리와 아소 부총리 외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 등 정권의 핵심인사들이 참석했다.

아소 부총리는 외조부인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가 방위대 학생들에게 '당신들이 음지에서 일할 국민과 일본이 행복하다'고 말했었다고 언급하며 "여러분의 활약을 마음에서부터 기대한다. 동시에 활약하는 것은 일본이 좋은 상황이 아닐 때이므로 활약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이 자위대가 발족한 1954년 태어난 점을 언급하며 "자위대와 나는 걸어온 길이 완전히 같다. 인생은 100년이니 100주년에도 인사말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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