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조사단 "미얀마 로힝야 탄압 아웅산 수치 책임도 따져야"

입력 2019-09-18 10:10
유엔 조사단 "미얀마 로힝야 탄압 아웅산 수치 책임도 따져야"

"사법적 절차로 해결할 문제"…사실상 국제법적 조사 촉구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 로힝야족 학살 사태를 조사해온 유엔 진상조사단이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 자문역의 법적 책임을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진상 조사단을 이끄는 마르주키 다루스만 단장은 기자회견에서 "(아웅산 수치가) 책임질 부분이 있는지는 법적 문제가 될 것"이라며 "연루 정도는 결론이 열려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조사단이 수치 고문의 연루 정도를 결정할 수는 없다며 전문가들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사단은 하루 전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2017년 이후 벌어진 로힝야족 학살 사태에 개입한 군 지휘관 등을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나 수치의 책임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AP통신은 조사단이 보고서에서 수치 고문의 처벌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다루스만 단장이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면서 로힝야족 문제를 방관했다는 비판과 노벨상 박탈 얘기까지 나오는 수치가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루스만 단장은 수치의 연루 가능성에 관한 질문을 받자 올 4월 활동을 시작한 미얀마 문제 국제독립기구(IIMM)를 언급하며 "사법적 절차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작년 9월 인권이사회 결의로 구성된 IIMM은 2011년 이후 미얀마에서 벌어진 국제법 위반 범죄의 증거를 수집·분석하는 독립기구로 관련자들의 형사 처벌을 염두에 두고 꾸려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올 4월 IIMM의 책임자로 캄보디아 특별재판부에서 활동해온 니콜라스 쿰잔 국제검사를 임명했다.

다루스만 단장은 로힝야족 탄압이 본격화한 2017년 8월에는 수치가 군부 작전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으나, 이후에는 (군부 작전을 몰랐던) 수치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다뤄서는 안 된다며 수치의 '사태 묵과'를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진상조사단에 참가한 크리스토퍼 시도티 전 호주 인권위원은 "미얀마 민간 정부가 군부를 통제 못 하는 건 분명하지만 민간 정부에는 실질적인 헌법상 책임이 있다"며 "이 사태가 계속될수록 국제법적 형사 책임을 벗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엔 진상조사단은 작년 8월 보고서에서 미얀마 로힝야족 학살 사태를 전쟁범죄로 규정하면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 등 군 수뇌부를 국제 법정에 세울 것을 촉구했다.

미얀마 라카인주를 중심으로 생활해온 이슬람계 소수 종족 로힝야족은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며 고립과 차별을 겪어왔다.

미얀마군은 로힝야족 반군 단체가 경찰초소를 습격한 사건을 빌미로 2017년 8월부터 대대적인 토벌 작전을 벌이며 로힝야족을 학살했다.



유엔에 따르면 74만여명의 로힝야족이 학살과 고문, 방화를 피해 방글라데시로 넘어갔다.

진상조사단은 여전히 60만명의 로힝야족이 라카인주에 머물고 있으며 이들은 악화하는 상황 속에서 심각한 인종 청소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mino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