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인터뷰 못했는데…NYT, 대법관 性의혹 보도 신빙성 논란

입력 2019-09-17 16:33
피해자 인터뷰 못했는데…NYT, 대법관 性의혹 보도 신빙성 논란

최초 보도 때 인터뷰 거부 사실과 '피해자는 기억못해' 증언 누락해 도마

NYT, 해명 입장서 논란 핵심엔 '묵묵부답'…트럼프 "NYT는 부정확" 비난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의 과거 성폭력 의혹을 추가 폭로한 뉴욕타임스(NYT)의 보도가 신빙성 논란에 휩싸였다.

피해 당사자가 인터뷰를 거절했고, 그가 피해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친구들의 증언이 있는데도 그런 내용을 기사에서 누락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NYT는 15일(현지시간) 캐버노 관련 의혹을 10개월 동안 추적한 자사의 두 기자 로빈 포그레빈과 케이트 켈리가 곧 발간할 예정인 책(The Education of Brett Kavanaugh: An Investigation)을 인용해 추가 의혹을 사설(Opinion) 면에서 보도했다.

이번에 제기된 내용은 캐버노가 1983년 예일대 1학년 당시 파티에서 자신의 바지를 내리고 민감한 부위를 한 여학생에게 들이밀었다는 것이다. 캐버노의 남성 동문인 맥스 스티어가 이를 직접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지면에 실리기 전 먼저 온라인에 게재된 기사 초판에 피해 당사자에 관한 내용이 쏙 빠져 있었다는 것이라고 AP통신과 CNN비즈니스 등 미 언론들이 16일 지적했다.

NYT는 피해자로 지목된 여성이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는 점과 이 여성이 '당시 사건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친구들의 증언이 나왔다는 내용을 기사 초판에서는 다루지 않았다가 나중에 추가했다.

이후 NYT는 '편집자 주'를 달아 기사 수정 사실을 알리면서도 왜 두 가지 사실이 초판에서 누락됐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NYT는 이 기사를 소개하는 트윗에서 캐버노의 행동을 '악의 없는 장난'(harmless fun)으로 표현했다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고 해당 트윗을 삭제한 뒤 사과의 뜻을 밝혔다.

기사에 대한 비판과 의문이 쇄도하자 사설 면 부편집장인 제임스 다오는 16일 저녁 NYT 홈페이지에 해당 기사에 대한 '독자 질문에 대한 답변'을 올렸지만, 논란의 핵심인 피해자 관련 내용 누락에 대해선 명확히 설명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그러나 NYT가 추가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작 피해자와 인터뷰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리기는커녕 그의 간접적인 입장도 소개하지 않았다는 점을 두고 비판이 일고 있다.

또 다른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의회와 수사 당국이 이번에 제기된 캐버노의 의혹을 인지했다는 사실을 자체적으로 확인했지만, 피해자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고 증인도 특정되지 않아 기사화하지 않았다고 밝혀 대조를 이뤘다.

사회적 파급력을 지닌 이 기사를 왜 굳이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사설 면에 실었냐는 의문도 언론계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미 언론 연구기관인 포인터 연구소의 톰 존스 연구원은 "어떻게 이 기사가 1면에 실리지 않을 수 있나"고 지적했다.

기사 신빙성 논란이 일자 NYT와 '상극'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가세했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는 NYT를 '가짜뉴스'라고 비판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얼마나 많은 기사가 잘못됐나? NYT가 지금까지 써낸 기사는 거의 전부 다 부정확할뿐더러 틀렸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진짜 폭력을 당하는 건 거짓말과 가짜뉴스 세례를 받는" 캐버노라며 그를 옹호했다.

백악관은 '브렛 캐버노에 대한 NYT의 최근 폭로는 명백한 잘못'이라는 제목의 일간 뉴욕포스트 사설을 복사해 배포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연방대법관에 취임한 캐버노는 청문회 과정에서 고교와 대학 시절의 성적 비행 여러 건이 제기됐으나 난항 끝에 의회 인준 문턱을 통과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캐버노의 성폭력 의혹을 "민주당의 날조"라고 규정하면서 그를 감싸 안는 모습을 보였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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