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홍보사들, "이미지개선 도와달라" 홍콩 요청 줄줄이 거절
英 신문 "홍콩, 8개 홍보업체에 도움 구했으나 거부당해"
"당국, 시민 요구에 구체적 조처 안하면 홍보캠페인 소용없어"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100일을 넘어선 가운데 홍콩 정부가 시위 이후 글로벌 비즈니스·금융 허브로서 실추된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지만 좀처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계속되는 반(反)정부 시위로 인해 손상된 위상을 복원하기 위해 세계적인 홍보 회사들과 접촉, 도움의 손을 내밀었으나 모두 퇴짜 맞았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지난 8월 말 재계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상된 홍콩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8개 글로벌 홍보회사를 접촉했으나 이들 회사 대다수가 홍콩 정부의 요청을 거부한 사실을 밝혔다.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당시 람 장관의 연설문에 따르면, 이들 중 4개 업체가 자사의 평판 훼손을 우려하면서 홍콩 정부의 제안을 즉각 거부했고, 2개 회사는 나중에 거절했다고 람 장관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한 가디언의 질의에 홍콩 정부 측은 "접수 기한이 마감됐지만 아무런 제안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답변, 8개 업체가 모두 홍콩 정부의 제안을 거부했음을 시사했다.
홍콩 정부는 또 가까운 시일 내에 유사한 사업을 발주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람 장관은 17일 언론 브리핑에서 홍콩 정부가 홍보업체들을 접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지금은 홍콩의 추락한 이미지를 재건할 적기가 아니다"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람 장관은 이어 "홍콩의 토대는 여전히 튼튼하다"면서 "손상된 홍콩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대규모 캠페인에 나설 때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주에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홍콩의 신용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한 데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위에서 드러나는 폭력적인 행위가 불가피하게 홍콩의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국제적 평가를 훼손하고 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시인했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전문지인 '홈즈 리포트'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송환법 반대 시위로 인해 법치가 존중되고 출장자나 관광객의 안전이 지켜지는 안정적인 환경을 갖춘 글로벌 비즈니스·금융허브로서 홍콩이 다져온 명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또 홍콩 정부는 홍콩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주요 해외 시장에서 제기되는 부정적 인식에 대응하고 홍콩의 힘을 강조하며 홍콩을 이 지역의 다른 도시와 차별화하기 위해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홈즈 리포트는 전했다.
아울러 홍콩 정부는 지난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주권이 이양되면서 채택된 '1국가 2체제' 정책을 어떻게 하면 성공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언을 구하고 있다.
홈즈 리포트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홍보전략과 함께 지난 6월 시작된 시위 이후 홍콩의 해외 이미지에 대한 평가도 요구했다.
한편, 가디언은 홍콩 정부의 제안을 거부한 3개 홍보회사에 이메일로 질문지를 보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홍보 전문가들은 홍콩 정부의 대응이 많은 시민으로부터 광범위하게 비판받고 있기 때문에 홍콩 정부가 홍보 업체들로부터 거절당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지난 6월 시작된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는 민주적 개혁을 요구하는 광범위한 반정부시위로 번지고 있다.
홍보 컨설턴트인 앤디 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홍콩 정부가 시민의 요구에 대해 구체적인 조처를 하지 않으면 홍보캠페인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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