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피폭으로 주목받는 이란의 '드론·미사일 전략'

입력 2019-09-17 14:20
수정 2019-09-17 15:47
사우디 피폭으로 주목받는 이란의 '드론·미사일 전략'

"상당한 수준의 미사일·드론 프로그램 갖춰…역내 친이란 세력에 기술 이전"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설비에 큰 피해를 준 드론 공격이 중동에서 이란산 무기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시간) 전했다.

친이란 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은 14일 사우디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 원유 설비가 무인기 공격으로 파괴된 뒤 자신들이 공격 주체라고 나섰으나, 미국은 이란에서 미사일과 드론이 발사됐다며 이란을 주체로 지목했다.

이란은 예멘 반군이 합법적 방어에 나선 것이라며 미국의 주장을 반박했지만, 사우디 외무장관은 초기 조사 결과 공격에 사용된 무기들이 이란산으로 드러났고 공격 진원지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 최대 석유시설 피폭…"값싼 드론 공격에도 무방비 취약" / 연합뉴스 (Yonhapnews)

미국 정부와 무기 전문가들은 이란이 국가 방위 전략 차원에서 상당한 수준의 미사일, 드론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런 무기와 제조 기술 일부를 예멘 후티 반군 등 중동 지역 친이란 세력에 이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미사일, 드론으로 자국을 대신해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역내 세력을 돕고 적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이란 담당 선임연구원 베흐남 벤 탈레블루는 "미사일 전략이 드론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며 "원격으로 조종하면 자국 영토는 안전한 상태에서 먼 거리의 타깃을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드론과 미사일, 로켓은 이란의 비대칭 안보 전략의 특징"이라면서 "상대적으로 생산 비용도 적게 든다"고 덧붙였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이란이 미사일과 미사일 생산 능력, 기술 분야에서 주요한 수출국이 됐다고 분석했다.

탈레블루 연구원은 "이란이 자국 영토에서 크루즈 미사일을 쏜 게 확인되면 미국이나 미국의 동맹인 사우디의 물리적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건데, 이란은 영토에서 미사일을 쏘지 않는 상황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란이 직접 드론,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기보다는 중동 내 친이란 세력의 근거지에서 사우디 등 적국을 공격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한편 드론 방어와 관련해 미 국방부와 협력하는 익명의 관계자는 "사우디가 무방비 상태로 당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사우디가 드론, 미사일 공격을 포착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유엔 예멘 전문가 패널은 보고서에서 후티 반군이 수입해서 조립해야 하는 엔진, 유도장치 등 드론의 핵심 부품들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후티 반군이 자살 드론 공격 때 사용했던 드론들이 이란 모델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과거 소련의 Kh-55 미사일을 분해 조립하며 만든 미사일과 중국의 대함 미사일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레바논 전쟁 때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중국 C-802 미사일과 유사한 대함 미사일을 이란에서 받아 이스라엘 배들을 공격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2018년 세계위협평가 보고서에서 에멘 후티 반군이 아랍에미리트 수도인 두바이의 미완성 원자로를 크루즈 미사일로 공격하려 했다고 공개했다.

영국 온라인 탐사매체 벨링캣의 라완 샤이프는 "이런 미사일은 사용하는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면 상당히 정확하게 목표물을 맞힐 수 있다. 드론보다 방어도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 싱크탱크 유라시아 그룹의 헨리 롬 연구원은 "이번 공격의 책임이 이란에 있다면 미국과 실질적인 대화를 위한 지렛대 전략일 수 있다"며 "원유 설비 공격은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될 수 있으나, 안전장치가 사라졌다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평가했다.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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