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강경파, 사우디 공격으로 트럼프 협상의지에 찬물"
英 일간 더타임스 분석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은 이란내 강경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이란 협상 의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16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신문은 이날 분석 기사를 통해 대(對)이란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전격적인 퇴장이 미국과 이란 사이에 훈풍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사우디 최대 석유 시설에 가해진 드론 공격으로 산산조각이 났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백악관의 안보 분야 사령탑인 볼턴을 전격 경질했고 이는 이란에서 큰 환영을 받았다.
당시 이란 언론은 "이란에 가장 적대적인 미국 관리가 축출됐다"고 의미를 부여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새로운 관계 설정을 준비한다는 신호라며 반겼다.
볼턴은 취임 전에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폭격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는 등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란에 가장 강경한 인사로 꼽혔다.
그런 볼턴 보좌관의 해임에는 이란 제재 완화를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의 의견 충돌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 NBC 방송은 볼턴 보좌관의 측근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대이란 제재 완화를 시사하자 볼턴 보좌관이 강력히 반대하면서 결국 물러나게 됐다고 전했다.
볼턴 보좌관의 퇴장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뉴욕 유엔 총회를 계기로 만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됐다는 긍정적 관측이 나왔다.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외교적 성과가 절실한 트럼프가 이란 대통령을 만나 제재 해제 등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기대였다.
그러나 이번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으로 인해 이런 기대는 급격하게 사라졌다.
이란 내 대미 강경파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의지를 앗아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란 내 대미 강경파들은 최근 핵 합의 문제로 이란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대치하는 국면에서도 무인기를 격추하고 유조선을 나포하면서 상대를 자극해왔다.
또 장거리 대공방어 미사일 시스템을 공개하는가 하면 우라늄 농축 속도를 높이기도 했다.
사우디 석유 시설 공습은 미국 내 매파들이 다시 이란을 향해 호전적인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트럼프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사우디 정유 시설을 공격한 것은 이란이 중동에 얼마나 큰 혼란을 일으키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며 "이란 정권은 평화에는 관심이 없다. 단지 핵무기와 역내 패권만 추구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에너지 분석 전문가인 로버트 맥널리는 뉴욕타임스에 "이제 (대 이란) 제재 완화는 잊어라. 이번 공격은 트럼프와 로하니 대통령 간의 대화 불씨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의미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