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석유시설 피격에 상장 앞둔 아람코 시험대로"

입력 2019-09-16 15:41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에 상장 앞둔 아람코 시험대로"

"기업가치 평가에 악영향"…"지정학적 리스크 대응력 증명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석유 시설 두 곳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아람코의 기업공개(IPO)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석유 시설 피격으로 아람코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드러났다며 이는 아람코의 기업 가치 평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컨설팅 기업 유라시아그룹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이번 공격은 아람코의 IPO 계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아람코에 대해 테러나 전쟁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라고 압박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라시아그룹은 아람코의 현재 기업가치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한 것이 아니라며 아람코가 국제 공모에 나설 때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민감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4일 사우디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의 정유 시설과 유전이 가동을 멈추면서 사우디의 원유 생산은 하루 평균 570만 배럴가량의 차질을 빚을 것으로 관측됐다. 이로 인해 이날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20% 가까이 치솟았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이번 공격의 배후를 자처한 가운데 미국 정부는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알 다비 캐피털의 모하메드 알리 야신은 "이번 공격은 아람코의 국내 IPO 계획을 지연시키고 기업가치 평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람코는 지분의 5%를 국내외 증시에 상장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IPO를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아람코의 기업가치가 2조 달러(2천368조 4천억원)를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1조5천억 달러(1천776조 3천억원)가 더 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

카마르에너지의 로빈 밀스는 "공격이 계속된다면 IPO 진행은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아람코 가치는 셸이나 엑손모빌처럼 약 1조2천억∼1조4천억달러 정도로 평가했으나 이는 회사별 특정 위험요인을 반영하면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알 람즈 캐피털의 마르완 슈랍은 "이번 공격은 아람코의 IPO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주겠지만 현재 단계에서 기업 평가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슈랍은 "지정학적 요소는 언제나 중동 지역 기업의 가치평가에 중요한 요소였다"며 "아람코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이런 사건에 대해 재정적으로 회복력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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