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 잡아라" 총선 앞둔 네타냐후, 보수 결집 노린 강경 행보
팔레스타인 관할 이스라엘 거주촌 승인…연임되면 '서안지구 합병'
(서울=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올 7월 다비드 벤구리온 초대 총리를 제치고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수 총리가 된 베냐민 네타냐후(69) 총리가 총선을 앞두고 주요 지지층인 우파 결집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5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총선을 이틀 앞둔 이 날 요르단강 서안지구 요르단 계곡에 있는 이스라엘인 거주촌을 승인하기로 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내각은 이날 팔레스타인 영토인 요르단 계곡에서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번에 승인되는 이스라엘인 거주촌은 1999년 세워졌다. 30가구가 사는 소규모 거주촌으로 이스라엘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지역이었다.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정부 승인을 기대하며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계속해서 정기적으로 카라반 가옥을 설치해왔다.
서안지구는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의 승리로 강제 점령한 지역이었기에 유대인 정착촌은 사실상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국제사회의 법적 인정 여부와 별개로 이스라엘은 정부가 인정한 곳과 인정하지 않은 곳으로 거주촌을 구분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현재 팔레스타인인이 약 270여만명이 살고 있으며 유대인 정착촌에는 이스라엘인 40여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 10일 네타냐후 총리는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해 자신이 연임할 경우 요르단강 서안의 요르단 계곡에 넓게 퍼져있는 유대인 정착촌들을 합병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합병 대상 지역은 서안의 약 30%를 차지한다.
네타냐후 총리의 발표 후 서안지구에 국가를 세우려던 팔레스타인은 물론 유엔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도 강하게 반발했다.
이슬람권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최근 연이어 영토 문제에 강한 입장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총선을 앞둔 보수표 결집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리쿠드당과 이스라엘 참모총장 출신 베니 간츠가 이끄는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의 격차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뚜렷한 승자가 없을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 차기 정부를 구성하려면 소규모 정당들과의 정치적 협상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이번 총선에서는 이스라엘 내 아랍계 인구의 지지를 받는 아랍계 정당 4곳이 연대를 통해 약진할 것으로 보인다.
지지층에 기댈 수밖에 없다 보니 네타냐후 총리가 외교적 수완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를 이용,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트위터에 "네타냐후 총리와 미국-이스라엘 상호방위조약의 진전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한 전화 통화를 했다"면서 "이스라엘 선거 후에 이달 말 유엔(총회)에서 만나 논의를 계속하길 고대한다"며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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