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대선 '이변'…출구조사서 '정치아웃사이더' 후보 1,2위

입력 2019-09-16 10:51
튀니지 대선 '이변'…출구조사서 '정치아웃사이더' 후보 1,2위

결선 투표 진출 예상…유권자 '변화' 선택, 기성 정치권 '몰락'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15일(현지 시간) 실시된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의 출구조사 결과 '정치 아웃사이더' 후보 두 명이 기성 정치권 후보들을 꺾고 결선투표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AP, AFP 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1차 투표 직후 나온 여론조사기관 '시그마콩세이'의 출구조사 결과 보수 성향 법학 교수 카이스 사이에드 후보와 언론계 거물 나빌 카루이 후보가 각각 19.5%, 15.5%를 득표해 1,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온건 이슬람 정당인 엔나흐다의 압델파타 무루 후보가 11%의 득표율로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1차 투표에서 어느 후보도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1, 2위를 차지한 사이에드 후보와 카루이 후보가 결선 투표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시그마콩세이 측은 밝혔다.

1차 투표의 잠정 개표 결과는 이르면 17일 나올 예정이며 결선 투표일은 최종적인 1차 투표 결과가 나오면 발표된다.

시그마콩세이 측은 전체 4천554개 투표소 가운데 778개소에서 3만8천900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출구조사를 실시했으며 오차범위는 ±1%라고 밝혔다.

이번 선거는 지난 2011년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 민중봉기 이후 튀니지에서 두 번째로 치러진 대선이다.

튀니지는 '아랍의 봄'의 진원지였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관심을 모았다.

이번 선거에는 출구조사에서 1,2,3위를 차지한 세 명의 후보 이외에도 유세프 샤히드 현 총리, 압델카리 즈비디 전 국방장관, 메흐디 조마 전 총리 등 모두 26명이 출마했다.

또 등록 유권자 700만여명 가운데 약 45%가 투표해 지난 2014년 12월 치러진 첫 번째 대선 투표율(64%)을 밑돌았다.

이번 출구조사 결과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앞으로 튀니지가 적잖은 변화를 겪을 것을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성 정치권 후보들이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고, 변화를 내세운 정치 아웃사이더 후보들이 선전, 결선투표에서 건곤일척의 대결을 벌이게 됐기 때문이다.

카루이 후보 측은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오늘 튀니지인들은 권력체제의 변화를 원했다"면서 "우리는 국민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 카루이 후보는 결선투표에 진출했으며 우리는 승리했다"고 말했다.

사이에드 후보는 라디오 모자이크 인터뷰에서 "나의 승리는 혼란을 희망으로 바꾸라는 막대한 책임감을 부여했다. 튀니지 역사의 새로운 발걸음이다. 새로운 혁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사이에드 후보는 정치적 배경은 없지만 솔직한 성격과 반(反)체제 이미지, 헌법 전공 등의 경력에 힘입어 젊은 층 사이에서 지지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언론들은 분석했다.

카루이 후보는 자신이 소유한 방송국을 자선 모금 활동에 활용하는 등 가난한 사람들을 대표하는 후보로서 입지를 구축했다. 특히 그는 지난달 23일 돈세탁, 탈세 등의 혐의로 체포돼 수감된 상태에서 선거를 치렀으나 오히려 그의 체포가 튀니지 경제에서 소외돼 있다고 느끼는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도록 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반면에 '아랍의 봄' 이후 지난 8년간 튀니지를 이끌어왔던 세속주의 정당 타하야 투네스당과 온건 성향 이슬람 정당인 엔나흐다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집권당인 타하야 투네스당은 현 총리인 샤히드 총리를, 튀니지 의회 제1당인 엔나흐다당은 국회의장 권한대행인 무루 후보를 각각 내세웠지만, 민심을 얻는 데 실패했다.

일각에선 지난 2014년 선거에서 승리한 뒤 손을 잡았으나 너무도 달랐던 세속주의 정당(타하야 투네스)과 이슬람 정당(엔나흐다) 간 '한 지붕 두 가족 연정'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이 두 정당 패배의 요인이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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