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석유시설 공격 원점 놓고 예멘·이라크 '분분'(종합)
예멘 반군 "공격 능력 충분" 거듭 주장…이라크 시아파 민병대도 거론
美, 위성사진 등 근거로 "이라크·이란 공격 원점 가능성" 주장
(서울·테헤란=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강훈상 특파원 = 무인기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 가동을 중단시킨 주체를 놓고 다양한 주장과 시나리오가 분분하다.
공격 주체를 자임한 곳은 현재까지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가 유일하다.
공격 주체임을 스스로 밝혔음에도 예멘 반군 거점에서 석유 시설까지 거리가 1천㎞ 이상이어서 이들의 주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예멘 반군이 보유한 무인기 실력으로는 석유 시설을 정밀 타격하기엔 거리와 정확도 모두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멘 반군은 15일 이런 의혹을 일축하면서 일관되게 자신의 공격임을 주장했다.
예멘 반군의 고위인사 무함마드 알부하이티는 16일 이란 언론과 인터뷰에서 "사우디가 우리 무인기를 요격할 능력이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텐데 그런 능력이 없다"라며 "미국은 아무런 증거도 내놓지 않고 이란을 공격 주체로 지목한다"라고 말했다.
예멘 반군의 야흐야 사레아 대변인도 이날 알마시라 방송과 인터뷰에서 "아람코 석유시설 공격에 제트엔진을 장착한 평범한 무인기 10대를 사용했다"라며 "사우디 안에 있는 영광스러운 사람들이 도왔다"라고 밝혔다.
예멘 반군과 연결된 내부 협력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공격 지점인 사우디 동부는 예멘 반군과 종파적으로 같은 시아파 거주지역이다.
미국은 공격 발생 즉시 '이란의 직접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은 이를 즉시 부인했다.
미국은 5월 오만해에서 유조선 4척이 잇따라 공격당하자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으나 아직 확실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미국 안보 전문가들도 예멘 반군의 드론 기술 수준과 정황 증거를 바탕으로 그들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예멘 반군이 보유한 무인기 다수는 북한 기술이 활용된 이란 모델을 기초로 제작됐다.
올해 1월 공개된 유엔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예멘 반군은 사우디나 아랍에미리트(UAE) 깊숙이까지 도달할 수 있는 무인기를 최근 배치했다.
전문가패널이 거론한 신형 무인기는 바람을 잘 타면 1천200∼1천500㎞까지도 비행할 수 있다.
후티 반군이 장악한 예멘 북부로부터 아브카이크까지 거리는 1천300㎞나 된다.
장거리 드론이 배치됐다고 해도 성공하기 쉽지 않은 공격 목표물이다.
미국 안보 당국자들은 위성 사진을 근거로 드론이 사우디 남쪽 예멘이 아니라 북쪽 이라크나 이란에서 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한 소식통은 공격 원점이 예멘이 아니라 이라크 남부인 정황이 포착됐다고 CNN 방송에 말했다.
석유 시설 피격 후 일부 중동 매체는 무인기가 예멘에 견줘 거리가 절반 정도로 가까운 이라크 국경 방향에서 날아왔다면서 이란이 지원하는 이라크 내 무장조직의 소행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라크 남부는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가 활동하고 이란 혁명수비대의 쿠드스군(軍)도 배치된 지역이다. 쿠드스군은 혁명수비대의 해외 작전을 담당하는 부대다.
이란이 직접 연루되지 않더라도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가 사우디의 석유시설을 공격할 동기가 없진 않다.
7월 중순부터 한 달간 4차례나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의 기지와 무기고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인기의 공격을 받았다.
시아파 민병대는 이 공격의 주체와 배후로 이스라엘과 미국을 지목했다.
이라크뿐 아니라 레바논, 시리아 등 이른바 '시아파 벨트'로 시야를 넓혀보면 이스라엘의 이란 연계조직에 대한 무인기 공격이 최근 빈번했다.
네덜란드 싱크탱크 클링헨델의 어윈 판 비엔 선임연구원은 알자지라 방송에 "이번 작전은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 뒤 이란이 구사하는 '치고받기식' 대응과 일치한다"라며 "최근 레바논, 이라크, 시리아에서 미국이 비호하는 이스라엘의 친이란 세력에 대한 공습이 상당히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대칭적으로 이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이란이 미국에 '사냥개 공격을 그만둬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공격 주체와 관련없이 이번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은 작년 5월 미국의 일방적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 뒤 처음 조성된 양국 간 대화 기회를 수포로 만드는 악재가 될 수 있다.
백악관은 '이란 책임론'을 주장하면서도, 양국 정상회담 가능성을 닫아버리지는 않았다.
캘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달 말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만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이란의 핵 및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와 최대 압박 작전은 두 정상의 만남 여부와 관계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란 외무부는 16일 "유엔총회에서 이란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을 만날 일은 없다"라고 일축했다.
사우디 최대 석유시설 피폭…"값싼 드론 공격에도 무방비 취약" / 연합뉴스 (Yonhapnews)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