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파리시장 선거전 집권당 분열상…현 시장 '어부지리'
수학자 출신 여당의원, 당의 공천에 반발해 독자 출마 선언
이달고 현 파리시장 1차투표 지지율 24%로 1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차기 파리시장 선거에서 안 이달고 현 시장의 지지율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당의 내부 분열에 힘입어 1위로 나타났다.
15일(현지시간) 프랑스여론연구소(Ifop)와 주간지 주르날 뒤 디망슈에 따르면, 지난 9∼12일 설문조사에서 사회당(PS·중도좌파) 소속인 이달고 시장의 1차 투표 지지율은 24%로 후보 중에 가장 높았다.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 소속인 벤자맹 그리보 전 정부대변인(장관급)이 17%로 2위를 기록했고, 마찬가지로 LREM 소속 하원의원인 세드리크 빌라니가 15%로 3위로 나타났다.
이외에 프랑스 제1야당인 공화당(중도우파) 소속 라시다 다티 전 법무장관(현 파리 7구청장)이 14%, 유럽녹색당의 다비드 벨리아르 후보가 13%로 뒤를 이었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파리시장 자리를 노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전략이 집권당의 내부 분열로 실패할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많다.
당초 LREM은 마크롱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그리보 전 장관을 지난 7월 파리시장 후보로 공천했는데, 같은 LREM 소속인 빌라니 의원이 이에 반발해 2주 전에 독자적으로 출마를 선언해 버렸다.
빌라니는 지난 2010년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 메달'을 거머쥔 유명한 수학자 출신 하원의원으로, 독특한 패션 스타일과 파격적인 행보로 괴짜 의원이라는 별칭이 붙은 인물이다.
그동안의 여론조사들에서는 LREM이 파리시장 선거에 단일 후보를 낼 경우 25% 내외의 지지율(1차투표 기준)로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었다. 집권당의 우위에는 파리의 대기오염과 극심한 교통혼잡으로 인해 현 이달고 시장의 인기가 높지 않은 요인도 작용했다.
하지만 빌라니의 출마 선언이 정치지형을 완전히 흔들어버렸다.
여당의 분열이 공식화된 뒤 처음으로 진행된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25% 내외의 지지율이 그리보와 빌라니에게 반으로 갈라져 분산된 것이 확인된 것이다.
빌라니 때문에 파리시장 자리를 사회당의 이달고 현 시장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여당에서는 팽배하다.
마크롱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리샤르 페랑 하원의장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세드리크 빌라니는 수학자다. 더 계산적이어야 한다. 분열은 패배를 낳을 뿐"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의 파리시장 선거 유력주자인 그리보 전 장관은 빌라니 측에 공동 캠페인을 제안했지만 빌라니는 이를 거절했다. 그러나 그리보는 빌라니의 출당을 당에 요구하지는 않고 있다.
파리시장 선거는 내년 3월 15일에 1차 투표가 진행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1차 투표 1·2위 득표자가 결선투표에서 승부를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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