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대표단, 러 방문…"미국과 대화 계속할 준비 돼 있어"(종합)
로이터 "탈레반 대표단, 중국·이란·중앙아시아 국가들 방문 계획"
탈레반, 美 평화협상 중단 후 첫 외국 방문…모스크바서 대화 의지 밝혀
(자카르타·서울=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김형우 기자 = 아프가니스탄의 무장반군조직 탈레반 대표단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를 전격 방문해 미국과 계속 대화할 의지를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탈레반과 '협상 사망'을 선언한 가운데 탈레반이 미국의 라이벌인 러시아를 방문해 메시지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렸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러시아 타스통신과 인터뷰에서 "대표단이 아프간 문제 담당 러시아 대통령 특사인 러시아 외무부 자미르 카불로프 국장과 만나 아프간 평화 과정을 둘러싼 최근 상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면담과 관련해 "러시아 측은 미국과 탈레반의 대화 재개 필요성을 강조했고, 이에 탈레반 측은 미국과 대화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고 말했다고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의회 전문 매체인 더힐은 탈레반의 러시아 방문을 두고 "미국과의 평화 협상이 깨진 이후 처음으로 갖는 외국 방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러시아는 탈레반과 아프간 인사들의 회동을 올해만 두차례 주선했다. 러시아는 아프간에서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세를 불리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탈레반을 지원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탈레반 대표단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과 이란,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잇따라 방문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카타르에 있는 탈레반의 한 고위급 관계자는 대표단의 방문 계획과 관련, 로이터에 "이번 방문의 목적은 미국과의 평화 협상에 관한 내용 및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 협상을 취소했을 때는 미국과 탈레반 양쪽이 눈에 띄는 문제들을 모두 해결하고 평화 협정에 막 합의하려던 순간이었다는 사실을 국가 지도자들에게 알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상 결렬 뒤 탈레반의 행보에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남아시아 전문가 마이클 쿠겔만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중단한 이후에도 탈레반이 대화에 관심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탈레반이 러시아를 방문해 (미국과)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정말 놀랍지 않으냐"고 덧붙였다고 AP가 전했다.
그러나 협상이 재개될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다고 로이터통신은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탈레반 지도자는 이번 방문의 목적이 미국과의 협상을 다시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군의 아프간 철수를 압박하기 위한 주변국들의 지지를 가늠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18년째 진행 중인 탈레반과 전쟁을 종식하고, 미군을 철수하고자 탈레반과 막바지 협상을 벌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8일 평화협상을 위해 캠프 데이비드에서 주요 탈레반 지도자들과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을 각각 비밀리에 만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군 사망자가 포함된 아프간 카불에서의 차량 폭탄 공격과 관련해 탈레반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자 회동을 전격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탈레반과의 협상에 대해 "내가 아는 한 그것은 죽었다(dead)"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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