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무부, 북미실무협상 재개 전망 속 北 해킹그룹 3곳 제재(종합2보)
라자루스 그룹·블루노로프·안다리엘…"北 불법 무기·미사일 프로그램 지원"
워너크라이 랜섬웨어·소니픽처스 해킹·2016년 韓국방부 해킹 등 대거 거론
북미협상 재개 전망 속 압박성 행보…업계·언론 인용한 피해제시로 수위조절도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 재무부는 13일(현지시간) 북한의 3개 해킹그룹을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9월 하순 미국과 협상할 용의가 있다며 '새 계산법'을 요구하는 북한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화 발언으로 화답하는 가운데 재무부 차원에서 '대북압박 계속'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여 북미 실무협상 재개에 영향을 주게 될지 주목된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보안업계에서 '라자루스 그룹', '블루노로프', '안다리엘'로 칭해온 북한의 3개 해킹그룹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OFAC는 "이들은 미국과 유엔의 제재대상이자 북한의 중요 정보당국인 정찰총국의 통제를 받고 있다"면서 각 그룹에 대한 설명을 첨부했다.
OFAC에 따르면 라자루스 그룹은 2007년께 북한의 공작업무를 총괄하는 정찰총국의 3국 110연구소 산하로 만들어졌으며 중요한 인프라 시설을 비롯해 각국 정부와 군, 금융, 제조업, 출판, 언론, 엔터테인먼트 분야 등을 겨냥하고 있다.
라자루스 그룹은 150여개국에 영향을 주고 30만대의 컴퓨터에 피해를 준 2017년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사건에 관여했으며 2014년 미국 기업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 사건에도 직접적 책임이 있다.
블루노로프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대응을 위해 2014년께 만들어졌다. 외국 금융기관 공격을 통해 불법적 수입을 확보하는데, 부분적으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증강을 위한 것이라고 OFAC는 지적했다.
OFAC은 업계 조사 및 언론보도를 인용, 블루노로프가 외국 금융기관에서 11억 달러 탈취를 시도했고 방글라데시와 인도, 멕시코, 파키스탄, 필리핀, 한국, 대만 등 11개국 16개 기관에서 성공적으로 작전을 수행했다고 전했다.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계좌에서 8천만 달러를 빼간 사건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시스템에서 8억5천100만 달러를 빼내려 한 사건에도 블루노로프와 라자루스 그룹이 협력했다고 OFAC은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안다리엘의 경우 2015년께부터 활동이 포착됐으며 한국 정부와 인프라 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6년 9월 한국 국방장관의 개인 컴퓨터와 국방부 인트라넷에 침투해 군사작전 정보를 빼내려한 것이 대표적으로, 한국 정부 인사와 한국군에 대한 악성 사이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라고 OFAC은 전했다.
외국 정부나 금융기관, 인프라 시설 등에 대한 전통적 사이버 공격 이외에 북한은 가상화폐나 암호화폐 쪽에도 손을 대 2017년 1월부터 2018년 9월 사이 아시아의 5개 암호화폐거래소에서만 5억7천100만 달러를 빼냈을 것으로 추정되며 역시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지원을 위한 것일 수 있다고 OFAC은 설명했다.
시걸 맨델커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재무부는 불법 무기·미사일 프로그램 지원을 위해 사이버 공격을 자행해온 북한 해킹그룹들에 조치를 취한다"면서 "우리는 미국과 유엔의 기존 대북제재를 계속 이행할 것이며 금융 네트워크 사이버보안 개선을 위하 국제사회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제재로 이들 그룹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며 미국민이 이들과 거래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OFAC은 이날 제재를 발표하면서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따른 피해 내역을 자체 집계로 제시하는 대신 '업계와 언론보도에 따르면'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썼다.
대북압박 기조에 따라 제재를 발표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자극을 줄이며 수위를 조절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북한이 9월 하순 미국과 협상할 용의가 있다며 '새 계산법'을 압박하는 시점에 그간 이뤄진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문제 삼는 이번 제재가 발표되면서 북미 실무협상 재개에 여파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 정부는 작년 9월 라자루스 그룹 멤버인 북한 국적의 박진혁을 기소하고 박진혁과 소속 회사 '조선 엑스포'를 제재 명단에 올린 바 있다. 북한의 사이버공격 활동에 대한 미국 당국의 첫 제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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