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 북부 흰코뿔소 인공 번식 가능성 열었다

입력 2019-09-12 02:51
'멸종 위기' 북부 흰코뿔소 인공 번식 가능성 열었다

국제연구진, 죽은 수컷 정자로 인공수정해 배아 생성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서식지 파괴와 무분별한 밀렵 등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흰코뿔소의 인공 번식 가능성이 열렸다.

11일(현지시간) AP·dpa 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 연구진은 이날 이탈리아 북부 크레모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공수정을 통해 북부 흰코뿔소의 배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난달 케냐에서 서식하는 암컷으로부터 난자 10개를 확보한 뒤 이미 죽은 수컷의 냉동 정자와 인공 수정을 시도했고, 7개의 난자에 성공적으로 착상시켰다.

이후 약 열흘간의 배양을 거쳐 2개의 수정란이 배아로 발전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생성된 배아는 조만간 유사 종인 남부 흰코뿔소의 대리모에 이식될 예정이다.

북부 흰코뿔소는 전 세계에서 암컷만 단 두 마리가 생존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에 사용된 정자의 주인공은 야생에서 존재한 마지막 북부 흰코뿔소 수컷으로, 45년간 수단에서 서식하다 작년 3월 고령에 따른 건강 문제로 안락사됐다.



이번 연구 성과는 종(種)의 절멸 위기 상황에서 솟아난 한 줄기 희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구진은 성명에서 "오늘 우리는 멸종 위기에 처한 북부 흰코뿔소를 구제하려는 프로그램을 통해 획기적인 성취를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연구진은 최소 5마리의 북부 흰코뿔소를 탄생 시켜 아프리카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수십 년이 걸릴 장기 프로젝트다.

코뿔소는 기후 변화 등에 따른 서식지 파괴와 지난 수십 년간 계속된 밀렵꾼들의 무분별한 포획으로 멸종 위기에 처했다. 코뿔소의 뿔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밀수 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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