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역전쟁보다 돼지고기 걱정 더 커…8월에 값 47% 폭등
건국 70주년 앞두고 민심 이반 우려 中 정부 비상
후춘화 부총리 진두지휘로 돼지고기 증산 '안간힘'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 폭등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홍콩 시위 등을 제치고 중국 정부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으로 인해 생산량이 급감한 결과 지난달 중국 돼지고기 가격은 작년 동기 대비 46.7% 폭등했다. 이는 7월 상승률 27%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상승률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에서 생기는 바이러스성 출혈성 열성 전염병이다. 지난해 8월 중국 북부 랴오닝(遼寧)성의 한 농가에서 처음 발병한 후 9개월도 못 돼 중국 내 31개 성·직할시·자치구로 모두 퍼졌다.
중국은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하며, 이 가운데 95%를 국내에서 조달한다.
중국의 '국민 육류'인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면서 중국 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 행정부인 국무원은 전날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모든 중앙정부 부처와 각 지방정부가 돼지고기 증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각 부처는 관련 대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리간제 생태환경부 부장(장관)은 "돼지고기 공급 안정은 긴박한 정치 임무"라고 밝히고 각 지방정부에 양돈 농장 폐쇄 정책의 철회를 지시했다.
중국은 환경 보호를 위해 지난 수년간 수십만 개의 양돈 농장을 폐쇄했으나, 이제 돼지고기 증산을 위해 이 정책을 철회하기로 한 것이다.
교통부는 돼지고기 운송 트럭의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했고, 은행감독위원회는 돼지 농장에 대한 대출을 무조건 허용하라고 각 은행에 지시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양돈 농장이 확장이나 시설 개선에 나설 경우 최대 500만 위안(약 8억4천만원)의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장쑤(江蘇)성은 2022년까지 돼지고기 생산량을 600만t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으며, 양돈 중심 지역인 산둥(山東)성은 중국 전역에 돼지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돼지고기 파동 대응은 후춘화(胡春華) 부총리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민심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후 부총리가 맡은 이 임무가 무역전쟁을 맡은 류허(劉鶴) 부총리, 홍콩 시위를 맡은 한정(韓正) 부총리보다 더 막중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주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百度)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는 미·중 무역전쟁도, 홍콩 문제도 아닌 바로 '돼지고기'였다. 돼지고기 검색 건수는 무역전쟁 검색 건수의 69배에 달했다.
후 부총리는 헤이룽장(黑龍江), 쓰촨(四川) 등 중국 전역의 양돈 농장 등을 순시하면서 돼지고기 증산과 가격 안정을 독촉하고 있다.
최근 후 부총리 주재로 열린 대책회의 분위기는 돼지고기 파동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후 부총리는 당시 회의에서 "돼지고기의 충분한 공급을 확보하는 것은 경제 문제일 뿐 아니라 긴박한 정치 임무"라며 "돼지고기 공급이 충분하지 못한다면 샤오캉(小康·중산층) 사회 달성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당과 국가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2020년까지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샤오캉 사회를 건설하는 것을 국가 과제로 삼고 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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