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미국을 생생히 담은 저명 사진작가 로버트 프랭크 별세
현대 사진계의 거장…미국인의 삶 담은 작품 '미국인들' 펴내
(서울=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1950년대 미국인의 삶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아 수많은 다른 사진작가들에게 영향을 준 20세기 사진계의 거장 로버트 프랭크가 94세를 일기로 지난 9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위스 출생의 사진작가 로버트 프랭크는 지난 9일 캐나다 노바스코샤 케이프브레턴섬 인버네스에서 숨을 거뒀다.
프랭크의 대표작인 '미국인들'(The Americans)은 외국인의 눈으로 1950년대의 미국을 너무나 생생하게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국인으로서 미국의 사회를 바라본 책 '미국의 민주주의'를 집필한 프랑스의 정치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1805∼1859)에 비유되기도 한다.
프랭크는 1924년 스위스의 부유한 유대인 가문에서 태어났다.
2차 세계대전 기간 프랭크는 중립국이었던 스위스에 살았기에 나치의 유대인 학살 정책 등을 피할 수 있었지만, 이때를 계기로 인간의 비극에 대해 자각한다.
1947년 뉴욕으로 이주한 뒤 패션 사진작가로 활동한 프랭크는 당시 뉴욕 현대 미술관 사진 담당자이자 사진작가였던 에드워드 스타이컨의 눈에 띄게 된다.
1951년에는 미술관 단체 전시인 '미국의 사진가 51명'에 포함되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중 1958년 '미국인들'이라는 작품을 펴낸다.
작품 '미국인들'은 83장의 흑백사진으로 구성됐다. 프랭크가 1955년부터 2년간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 2만8천여장 중 선별된 것이다.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직후 번영을 구가하던 미국인들의 일상적인 삶을 그대로 포착해 사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뉴욕 국제 사진센터 총괄 디렉터인 마크 루벨은 "로버트 프랭크는 우리가 보는 방식을 바꿨다"며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상승세를 타고 있었던 순간 그는 장밋빛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보았다"고 말했다.
AP는 그의 작품이 기존에 초상화 같은 사진에서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스냅 사진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냈다고 분석했다.
1959년에는 독립영화 제작자로 새 삶을 시작해 추상과 현실이 뒤섞인 영화와 비디오를 제작했고, 1970년대 초반 다시 사진으로 돌아와서는 인화지 여러 장과 친필로 적은 메모를 함께 구성한 포토몽타주 작업을 선보였다.
프랭크는 금세기 최고 록그룹인 롤링스톤스와 함께 작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롤링스톤스는 프랭크가 사망하자 트위터를 통해 프랭크를 "독특한 스타일로 기존의 틀을 깬 훌륭한 예술가"라며 경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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