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WTO에 '日수출규제' 제소…"정치적 동기에 따른 차별조치"
日조치 69일만에 법적 대응…일본과 우선 2개월 동안 양자협의
소송 최종심까지 2년여 예상…'백색국가 제외'는 일단 소송대상서 빠져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정부가 11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라는 칼을 마침내 뺐다.
일본이 7월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대(對)한국 수출제한 조치를 시행한지 69일 만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정부는 우리나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교역을 악용하는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일본의 조치를 WTO에 제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는 일본 정부의 각료급 인사들이 수차례 언급한 데서 드러난 것처럼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한 정치적인 동기로 이뤄진 것이며 우리나라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차별적인 조치"라고 제소 배경을 설명했다.
WTO 제소 절차는 양자협의 요청 서한을 일본 정부(주제네바 일본대사관)와 WTO 사무국에 전달하면 공식 개시된다.
이후 2개월 동안 일본과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WTO에 재판부에 해당하는 패널 설치를 요청하게 된다. 최종심에서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WTO에 '일본 수출규제' 제소…"정치적 동기에 따른 차별조치" / 연합뉴스 (Yonhapnews)
정부가 제소장에 해당하는 양자협의 요청서에 적시한 일본 조치의 WTO 협정 의무 주요 위반사항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일본이 3개 품목에 대해 한국만을 특정해 포괄허가에서 개별수출허가로 전환한 것은 WTO의 근본원칙인 차별금지 의무, 특히 최혜국대우 의무에 위반된다고 봤다.
아울러 수출제한 조치의 설정·유지 금지 의무에도 위반된다.
일본 정부가 사실상 자유롭게 교역하던 3개 품목을 각 계약 건별로 반드시 개별허가를 받도록 하고 어떤 형태의 포괄허가도 금지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우리 기업들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전에는 주문 후 1∼2주내에 조달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90일까지 소요되는 일본 정부의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며 임의로 거부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부담해야 한다.
실제로 수출 제한 조치 이후, 2개월이 지난 현시점에서도 단지 3건만 허가됐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조치는 정치적인 이유로 교역을 자의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서 무역 규정을 일관되고,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의무에도 저촉된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공급국임을 고려할 때 일본의 조치는 세계 경제에도 커다란 불확실성과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
앞서 통상 전문가들도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시급히 일본을 WTO에 제소해 분명히 결론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28일 시행된 일본의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 제외는 이번 소송에서 제외됐다.
현재 제도만 변경된 상태이고 3대 품목과 같은 추가 규제가 아직 구체화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중에라도 백색국가 제외로 인한 수출제한 효과와 증거가 쌓일 경우 소송에 추가하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일찍이 일본이 수출규제에 대해 WTO 자유무역 협정에 어긋난 경제보복이라면서 WTO에 제소할 방침임을 분명히 해왔다.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한 나온 7월 1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출상황점검회의를 통해 WTO 제소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7월 말 WTO 일반이사회에 한국 대표로 다녀온 김승호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WTO 제소를 위해) 열심히 칼을 갈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통상당국은 일본과의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에서 역전승을 일군 산업부 통상분쟁대응과를 주축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뒷받침할 법리 근거를 따져 소송 전략을 세워왔다.
마침 전날 WTO 상소기구는 일본산 공기압 전송용 밸브에 대한 한일 무역 분쟁에서 최종적으로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정부는 이번 WTO 제소에 이어 이르면 다음 주 일본을 우리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정부의 국내·국제법적 대응은 일단락될 전망이나, 일본의 보복 대응여부에 따라 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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