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오늘 개각…강경우파 전면 배치·한일 관계 험난할듯
교과서·역사 문제 갈등 심화할 가능성·측근 중심 회전문 인사
38세 고이즈미 의원 깜짝 발탁…개헌 앞두고 친정 체제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1일 문부과학상에 우익 성향의 최측근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집권 자민당 간사장 대행을 임명하는 개각을 단행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정권의 핵심축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을 유임하고 나머지 각료를 전원 교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전하는 기부금(공물 대금)을 전달하는 집사 역할을 해 온 하기우다는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폄하하고 이를 대신할 새로운 담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문부과학상은 초중고 교과서 검정 등 일본의 역사 인식과 직결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아베 총리와 측근들이 공유하는 우익 사관을 일본 사회에 전파하려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징용 판결 등을 둘러싼 한일 갈등이 증폭하는 과정에서 외교 결례를 범한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방위상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는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에 대응해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한 가운데 안보 분야에서도 한국 책임론을 반복해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총무상으로 근무하던 시절 현직 각료 신분으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해 비판을 받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중의원 의원은 총무상에 다시 임명될 전망이다.
일본을 방문한 한국 의원들에게 '과거 일본에선 한국을 매춘 관광으로 찾았는데 나는 하기 싫어서 잘 가지 않았다'며 막말을 내뱉은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 총리 보좌관은 오키나와(沖繩)·북방영토 담당상 등으로 내각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익 사관을 공유하는 이들이 내각에 몸담는 가운데 한일 갈등을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베 총리의 측근이며 2012년 12월 재집권 후 경제산업상,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정무조사회장 등 요직을 맡아온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재재생담당상은 외무상에 임명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우익단체 일본회의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에 몸담고 있어 주요 역사 이슈와 관련해 한국과 각을 세울 가능성이 있다.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차남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중의원 의원을 환경상에 발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8세인 고이즈미 중의원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라이벌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에게 표를 던졌고 학원 비리 의혹에 관해서는 아베 정권을 향해 쓴소리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11일 함께 단행할 자민당 인사에서 총재 4연임을 지지한다고 밝힌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에게 집권당 2인자 자리를 계속 유지토록 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11일 개각에서 자신을 제외한 각료 19명 가운데 재무상과 관방장관을 제외한 17명을 교체해 대폭 개각을 단행한다.
하지만 주요 직위자는 과거에 기용했거나 자신의 측근을 배치해 '친구 내각',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아베 총리는 남은 임기 동안 필생의 과업으로 꼽은 개헌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며, 이번 개각에서 측근과 우파 성향 인사들을 주요 자리에 앉히는 것은 이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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