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의존도 큰 獨, '인권은 인권'…홍콩시위 '아이콘' 환대
마스 외무, 베를린 방문한 조슈아 웡과 만나
메르켈, 최근 중국 방문시 인권변호사들과 면담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 중국 당국의 '눈엣가시'인 홍콩 시위의 주역 가운데 한 명인 조슈아 웡을 환대해 국제사회의 눈길을 끌고 있다.
독일이 경제 분야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형성해 나가지만, 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최소한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방증한 모양새다.
웡은 지난 9일 베를린을 방문해 저녁에 열린 독일의 미디어그룹인 악셀슈피링거의 행사 '빌트 100'에 참석했다.
보수적인 성향인 악셀슈피링거는 '황색지'라는 평가도 받는 독일 최다 부수 일간지인 빌트를 소유하고 있다.
행사는 연방의회 의사당 건물 앞에서 열렸다. 웡이 독일 정치의 한복판에 선 것이다.
특히 행사에서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웡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서서 대화했지만, 외교적으로 중국의 반발을 살 것으로 예상할 수밖에 없는 만남이었다.
역시 중국 외교부의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독일이 홍콩 분열 분자가 입국해 반(反)중국 분열행위를 하는 것을 허용했으며, 마스 장관은 공공연히 이런 인물과 접촉했다. 이에 대해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시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웡은 독일에서도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하며 중국 정부를 자극했다.
10일 빌트에 따르면 웡은 행사장에서 "빌트의 초청에 감사한다. 늦어서 미안하다"면서 "36시간 전에 나는 경찰서에 구금돼 있었다. 8번 체포됐고, 감옥에서 100여일을 보냈다. 내가 (민주화 운동에 대해) 지불한 대가는 작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자유 선거(행정장관 직선제)를 하는 날까지 시위할 것"이라며 "우리가 새로운 냉전 시대에 있다면 홍콩은 새로운 베를린으로, 자유 세계가 중국의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하는 우리와 함께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웡은 트위터에 "베를린에서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과 홍콩에서의 시위 상황과 자유 선거 및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대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연방하원 의원들과 더 대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웡의 베를린 방문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중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에 이뤄져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5∼7일 중국 베이징 등을 방문해 실질적으로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메르켈 총리는 취임 후 독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거의 매년 방문해왔다. 올해도 지멘스 관계자 등 경제사절단을 대거 동행했다.
올해 방문은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 격화로 독일의 수출이 애로를 겪는 가운데 이뤄졌다. 어느 때보다도 독일과 중국 간의 경제, 외교적 관계의 긴밀성이 필요한 시점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메르켈 총리는 중국 방문 동안 중국의 인권변호사들과 만나 중국의 인권문제와 종교적 자유의 억압 문제, 인터넷 검열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중국의 심기가 불편할 만한 행보였다. 중국 관영 매체들이 독일과 서구 관객들을 위해 쇼를 한 것에 불과하다며 의미 축소에 나섰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5월 중국 방문시에도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퇴진을 주장했다가 구금된 인권변호사의 부인을 접견했다.
특히 시 주석에게 중국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고(故)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의 가택연금 해제를 요청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바 있다.
류샤는 메르켈 총리가 지난해 7월 베를린을 방문한 리 총리와 회담을 한 다음 날 가택연금에서 8년 만에 풀려나 독일로 왔다.
메르켈 총리가 류샤의 구명에 막후역할을 한 셈이다.
다만, 독일 당국은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탓인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중국에서 메르켈 총리의 인권 일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마스 장관도 전날 웡과의 만남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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