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달 '타이탄' 호수는 액체질소 폭발로 생긴 것

입력 2019-09-10 15:47
토성의 달 '타이탄' 호수는 액체질소 폭발로 생긴 것

카시니호가 수집한 급경사 호숫가가 단서…침식 설명모델과 정반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토성의 달(위성) 중 가장 큰 '타이탄'에는 지구와 비슷한 호수가 존재한다. 액체를 담고 있는 것은 같지만, 물은 아니다. 가스인 메탄이 혹독한 추위로 액체가 돼 물처럼 담겨있는 것이다.

물은 아니지만 태양계 천체 중에서 표면에 안정된 액체를 가진 곳은 지구를 제외하면 타이탄이 유일하다.

이 메탄 호수들은 지금까지 침식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가장자리가 급경사로 된 일부 작은 호수는 액체 질소가 폭발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에 따르면 이탈리아 G.다눈치오 대학의 쥐세페 미트리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타이탄에 있는 호수의 가장자리가 급경사로 수백미터가량 치솟아 있는 것은 액체 질소 폭발에 의한 것이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 최신호에 발표했다.

타이탄 표면에 모여있던 액체 질소가 데워지면서 폭발해 웅덩이를 만들고 액체 상태의 메탄이 채워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물이 주변 석회암을 용해해 형성하는 지구의 카르스트 호수처럼 타이탄의 호수도 액체로 된 메탄이 기반암 격인 얼음층과 고체 유기 화합물을 녹여 형성된 것으로 설명해온 기존 모델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기존 침식 모델로는 타이탄 북극 인근에 있는 호수인 '위니펙 레이커스(Winnipeg Lacus)'의 형성을 설명할 수 없지만 액체질소 폭발 모델로는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위니펙 레이커스는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가 2년 전 토성 대기로 뛰어들어 산화하기 전 근접비행을 하면서 수집한 레이더 이미지에서 가장자리가 수면 고도보다 높게 벽처럼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연구팀은 호수 가장자리가 급격한 경사를 이루며 수면보다 높게 형성돼 있는 것은 폭발로 내부 물질이 밖으로 쓸려나갈 때 만들어지는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타이탄이 지구 기준으로 따지면 혹독한 추위에 휩싸여 있지만, 대기 중 온실가스 역할을 하는 메탄이 태양 빛과의 화학작용으로 고갈될 때는 기온이 내리고, 늘어날 때는 오르는 변화를 겪어온 것으로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기온이 상대적으로 더 내려갈 때는 대기 중 질소가 늘어나면서 질소 비가 내렸을 것으로 추정됐다.

논문 공동저자인 코넬대학의 조너선 루닌 박사는 "타이탄에 급경사를 가진 성벽같은 가장자리를 가진 호수가 있다는 것은 과거에 표면에 액체질소가 존재했을 때가 있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길잡이"라며 국지적으로 온도가 올랐더라도 액체 질소를 기화시켜 폭발하게 만드는데 충분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JPL의 카시니호 프로젝트 담당 과학자인 린다 스필커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와 관련, "지금까지 커다란 수수께끼가 돼온 타이탄의 급경사 호수에 대해 완전히 다른 설명을 내놓았다"면서 "과학자들이 카시니호가 수집한 보물들을 캐내면서 점점 더 많은 퍼즐 조각을 계속 맞춰나가면 10년 뒤에는 토성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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