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금융계좌 신고한 개인 2배 급증…신고금액은 7%↓
올해부터 신고 기준 금액 10억→5억 확대 영향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올해부터 해외 금융계좌 신고 대상이 확대되면서 해외에 금융계좌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개인이 작년의 2배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하강과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해외 금융상품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전체 해외 금융계좌 신고액은 오히려 작년보다 7%가량 줄었다.
국세청은 지난 6월 해외 금융계좌에 대한 신고를 접수한 결과 개인과 법인을 합한 신고인 2천165명이 총 61조5천억원을 신고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10일 밝혔다.
신고인 수는 작년보다 68.2% 증가했고 신고금액은 7.4% 감소했다.
개인은 1천469명이 5천638개 계좌, 6조4천억원을 신고해 인원은 작년 대비 99.6% 증가했으나 금액은 7.2% 줄었다.
법인은 696개가 1만515개 계좌, 55조1천억원을 신고했다. 지난해보다 법인 수는 26.3% 늘었으나 금액은 7.4% 감소했다.
해외 금융계좌 신고인이 늘어난 것은 올해부터 신고기준 금액이 10억원에서 5억원으로 낮아져 해외 계좌에 5억~10억원을 보유한 개인의 신고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5억∼10억원 구간에서 신고인 755명이 2천468개의 계좌에 들어있는 5천365억원을 신고했다. 이 중에서 개인은 627명(83.0%)으로 신고금액은 4천463억원(83.1%)이었다.
신고금액 10억원 초과 구간에서는 1천410명이 61조원을 신고했다. 작년보다 신고인은 9.6% 늘었으나 금액은 8.1% 줄었다.
이 중에서 개인은 842명으로 14.4% 증가했다. 10억원을 초과한 개인의 증가율은 2017년 11.3%, 작년 29.1%에 이어 올해 14.4%를 기록하는 등 매년 10% 이상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작년에 신고하지 않았던 1천129명이 6조7천억원을 올해 새로 신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개인이 870명(1조3천억원), 법인은 259개(5조4천억원)이다.
올해 신고금액이 줄어든 것은 일부 해외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떨어져 투자액이 많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과 중동계 은행의 정기예금을 기초자산으로 한 유동화증권에 우리나라 투자금이 2017년 47조9천억원에서 작년 28조4천억원으로 40.7% 감소한 것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수년간 저금리를 피해 중국 등지에 있는 고금리 정기예금 관련 투자가 활발했으나 작년에는 중국과 미국의 무역분쟁 등으로 중국 금리가 하락해 관련 상품 투자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일부 고액 신고자가 해외주식을 대거 처분한 영향도 있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개인 1인당 평균 신고금액은 43억원이며, 법인 1개당 평균 신고금액은 792억원이다.
작년에 견줘 개인은 54.0%, 법인은 26.6% 감소했는데, 이는 올해 신고 기준 금액 인하로 5억~10억원 구간의 신고자 수가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신고인의 해외 계좌는 예·적금계좌가 31조7천억원(51.6%)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뒤이어 주식계좌(23조8천억원·38.7%), 파생상품·채권·보험 등 계좌(6조원·9.7%) 순이었다.
예·적금계좌 신고금액은 작년보다 9조3천억원 감소한 반면, 주식계좌 신고금액은 3조원 증가했다.
국세청은 해외금융계좌 신고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1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미신고자 333명을 적발해 과태료 1천47억원을 부과하고 43명을 형사고발했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에는 9명을 적발해 10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하반기에도 국가 간 정보교환 자료와 관세청과의 정보공유 등을 통해 미신고 혐의자를 선별해 신고 여부를 철저히 확인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신고기한 이후에라도 미신고 계좌를 자진 수정하거나 신고하는 경우 과태료의 최대 70%까지 감경받을 수 있으니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미신고 금액이 50억원을 넘는 경우 과태료와 별개로 20%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는데, 올해부터는 벌금 하한선(13%)이 신설돼 벌금이 강화됐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현재 개인에게만 부여된 해외 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금액에 대한 자금출처 소명 의무가 내년에는 법인까지 확대된다.
bana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