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중산층에도 무역전쟁 '불똥'…구매력 저하에 불안감 '고개'"
경기둔화에 위안화 가치하락, 물가상승 등 우려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중국의 중산층 사이에서도 위안화 가치하락과 물가 상승 등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보도했다.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와 경기 악화 등이 이어지면서 도시 중산층 사이에서 부와 번영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고개를 드는 등 낙관론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신문은 중국 중산층이 좋은 직장과 풍부한 사업 기회, 지속적인 자산가치와 소득 상승, 비교적 용이했던 해외여행 및 해외 자산 이전 등의 환경이 끝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광둥성 광저우(廣州)에 거주하는 대학강사 엠마 장은 "차가 터널 안으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전조등을 켤 수 없음을 알게 된 것 같은 상황"이라면서 "앞길은 어두운 미스터리다. 정치·사회적 분위기는 매우 긴장돼있다"고 말했다.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있지만, 이에 대한 논의 자체가 검열의 대상이 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선전(深천<土+川>)의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잭 룽은 "지난해 경기가 안 좋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증거가 없었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돼지고기 가격 상승, 위안화 가치하락 등으로 우리가 어렵다는 느낌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SCMP는 구매력이 줄고 있다는 대중의 인식이 커질 뿐만 아니라, 중국의 대외관계 악화는 물론 개개인의 해외여행 제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국외로의 자산이동에 대한 규제가 늘어나는 속에 이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선전에 거주하는 의사 비키 리우는 중국 당국의 대만 개인여행 제한 조치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호주와 뉴질랜드 복수비자를 신청 중이며, 원하는 때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외화도 환전해뒀다고 소개했다.
선전의 한 민영은행 금융 컨설턴트 애니 첸은 "부유한 고객들 모두 중국의 정치·경제적 변화에 대해 걱정한다"면서 해외 투자에 대한 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특히 해외자산이 없는 부자들은 부를 해외로 옮기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그는 "해외자산 투자에 신중하던 고객 중 일부가 최근 몇 주 새 생각을 바꿨다"면서 "해외 부동산 거래·보유에 대한 위험이 장래의 위안화 가치 하락 위험보다 낮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광둥성의 한 민영은행 상무인 로빈 린은 "(중산층이) 매년 소득과 투자가 10%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있다"면서 "최소 향후 5년간은 3~4% 이하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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