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 새 핵무기 시설 발각되자 파괴"…이란 "거짓"(종합)
네타냐후, 기자회견서 위성사진 제시…'총선 앞 안보 이슈 부각' 분석도
이란 "핵무기 가진 쪽이 양치기 소년처럼 거짓말"
(카이로·서울=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이광철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9일(현지시간)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시도한 새로운 장소를 발견했다고 주장하자 이란이 즉각 반발하는 등 또다시 양측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 중부 아바데에서 핵무기 개발 시설이 새로 포착됐다며 올해 6월 이 지역을 찍은 위성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다.
이어 이란이 이곳에서 핵무기 개발을 위한 실험을 수행했지만 이런 움직임이 이스라엘에 의해 발각되자 7월 말까지 관련 시설을 파괴했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정부를 겨냥해 "이스라엘은 (이란 정부가) 어디에서, 언제,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다. 우리는 당신들의 거짓말을 계속 폭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제사회는 이란이 조직적으로 거짓말을 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제재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발표는 이란 핵 활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나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날 이란이 우라늄을 농축하는 고성능 원심분리기를 설치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IAEA는 이날 낸 성명에서 "7일 현재 이란이 나탄즈 핵시설에서 IR-4형 22기, IR-5형 1기, IR-6형 30기, IR-6s형 3기를 설치했거나 설치 중이라는 사실을 검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란이 2015년 국제사회와 체결한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제한 한도를 벗어난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핵 합의를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하자 이란은 단계적으로 핵 합의 이행을 축소하고 있다.
이란은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에 대해 이스라엘이 전쟁 구실을 만들려고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트위터 글에서 "진짜 핵무기를 가진 쪽(이스라엘)이 양치기 소년처럼 소란피우며 도와달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국제 사회에서 인도, 파키스탄과 함께 실질적인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리프 장관은 "네타냐후와 그의 팀은 무고한 피를 흘리게 되든 말든, 7조 달러가 들든 말든 그저 전쟁만 원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올 4월 미국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을 'B팀'이라고 부르며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이란과 싸우도록 몰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방부 장관을 겸하는 네타냐후 총리가 계속해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경고한 것은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스라엘 총선은 오는 17일 실시될 예정인데 강경 보수파 정치인 네타냐후 총리가 연임에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정당 리쿠드당과 중도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이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의 숙적 이란의 군사적 위협을 부각함으로써 보수적 유권자들의 결집을 꾀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작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참석해 이스라엘이 이란의 비밀 핵물질 저장창고를 발견했다며 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한 창고를 찍은 위성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이란 정부는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을 "근거 없고 터무니없다"고 일축한 뒤 이스라엘이 불법적인 핵무기 프로그램을 자백해야 한다며 역공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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