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평화협상 중단·비밀회동 취소"…탈레반 "인명 더 손실"(종합2보)

입력 2019-09-08 21:49
트럼프 "평화협상 중단·비밀회동 취소"…탈레반 "인명 더 손실"(종합2보)

"탈레반이 테러 인정…상황 악화시켜"…행정부 불협화음 속 중단 선언

탈레반 "협상 중단, 미국 인명·자산 추가 손실 부를 것" 경고

아프간 대통령, 탈레반에 "폭력 중단·우리와 직접 대화" 요구

AP "대화 완전히 끝났는지 잠시 중단했는지 명확하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막바지에 이른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조직 탈레반과의 평화협정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트위터 계정에 3건의 글을 연달아 올려 "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주요 탈레반 지도자들과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을 각각 비밀리에 만나려 했으며 그들은 오늘 밤 미국에 올 예정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불행히도 그들(탈레반)은 잘못된 지렛대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훌륭한 군인 1명과 그 밖에도 11명의 사람을 숨지게 한 (테러)공격을 저지르고 이를 인정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즉시 이 (캠프 데이비드) 회동을 취소하고, 평화 협상도 중단했다"면서 "도대체 어떤 인간들이 그들의 협상 지위를 강화하려고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느냐"고 분노를 터뜨렸다.

그는 "그들은 (지위를 강화)하지 못했고, 상황만 악화시켰다"며 "이러한 매우 중요한 평화협상 와중에도 정전에 동의할 수 없고 심지어 12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다면 아마 그들은 중요한 합의를 할 권한도 없을 것이다. 그들은 도대체 몇십년을 더 싸우길 원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탈레반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중단 선언에 "협상 중단은 미국의 인명과 자산의 추가적인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협상 취소로 미국인들이 다른 누구보다 더 많은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 직후 탈레반에 폭력을 멈추고, 아프간 정부와 직접 대화를 할 것을 촉구했다.

아프간 대통령실은 성명에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인들을 살육하는 것을 중단하고 휴전에 동의하며, 아프간 정부와 이 나라의 미래에 대해 직접 협상을 시작할 때 진정할 평화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은 미 행정부 내에서 탈레반과의 평화협정을 놓고 불협화음이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나와 눈길이 쏠린다.

AP·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내 일부 각료와 의원은 미군의 아프간 철수가 시기상조이며, 탈레반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협정 타결에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의 오른팔'로 손꼽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화협정 서명에 반대하고 있다고 시사지 타임은 지난 5일 보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협상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파기를 추진하려 했다.

이처럼 측근들이 잇달아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좌절감이 커졌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 문제를 풀어보고자 탈레반 지도자 및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을 미국에 초청한 것 같다고 한 내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양측의 평화협정 초안 합의 이후 벌어진 탈레반의 테러 행위를 문제 삼아 협상 중단을 선언함으로써 평화협정 체결 여부는 다시 불투명해진 것으로 보인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정 중단 트윗과 관련해 "미국과 탈레반 간 대화가 완전히 끝났는지 아니면 잠시 중단됐는지는 불명확하다"고 진단했다.





이미 협정 초안에 합의한 양측의 협상이 이처럼 막바지 단계에서 뒤엉킨 데는 최근 잇달아 발생한 폭탄 테러가 표면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지난 5일 아프간 수도 카불 외교단지 인근에서 차량 폭탄 공격이 발생해 미군 요원 1명을 포함해 10여명이 숨지고 42명이 다쳤다. 탈레반은 사건 직후 이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로부터 사흘 전인 지난 2일에는 국제기구들이 모여있는 카불 그린빌리지 인근에서 탈레반이 연루된 차량 폭탄 공격으로 인해 16명이 숨지고 119명이 다쳤다.

올해 들어 아프간에서 사망한 미군 수는 16명으로 늘어났고, 특히 이 중 4명이 최근 2주 새 목숨을 잃었다.

외신은 탈레반이 향후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이처럼 공격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높아진 공격 탓에 오히려 협상 회의론이 커지는 상황이다.

케네스 매켄지 중부사령부 사령관은 지난주 "탈레반이 폭력 수위를 높인 것은 아프간 역사에 있어, 특히 지금 이 시점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밀리에 진행하려던 '캠프 데이비드' 회동 일정과 참석자 등에 대한 블룸버그 측의 질의에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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