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죄수' 교환…"관계 해빙 신호탄"(종합)
우크라 군함승조원·영화감독 등 양국 각 35명…트럼프 "평화 향한 큰 걸음"
말레이 여객기 격추사건 관련자 포함돼 논란…네덜란드, 유감 표명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하채림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억류 인사들을 맞교환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으로 얼어붙은 양국 관계 개선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7일(현지시간) 자국 내 억류 중이던 상대국 인사 35명씩을 맞교환했다.
우크라이나는 풀려난 자국 인사의 명단과 이들이 키예프 공항에 착륙한 비행기에서 내리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들은 기다리던 가족과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감격스럽게 재회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키예프 공항에 나가 귀환자를 직접 맞이하며 환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취재진에 "이번 억류자 교환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합의한 사안 중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뉴스전문 채널 '로시야 24'는 이날 모스크바 공항에 착륙한 비행기에서 우크라이나에 억류됐던 러시아인들이 내리는 모습을 방송했다.
우크라이나의 열렬한 반응과 달리 러시아 정부는 자국민 귀환이 기쁘다고 밝히면서도 차분히 반응했다.
석방된 자국 인사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고, 가족 상봉도 비공개로 진행했다.
양측은 사전에 정보가 새면 무산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극비리에 '죄수' 교환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은 지난 7월과 8월 전화 통화를 하고 억류자 교환 문제를 논의했으며, 이후 러시아 인권담당 특사가 우크라이나 의회 인권 담당 특사와 만나 억류 인사 목록을 교환하고 이들의 석방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가 석방한 인사 중에는 지난해 11월 케르치 해협에서 우크라이나 군함들이 러시아에 나포될 당시 체포된 우크라이나 승조원 24명이 포함됐다.
크림 병합 반대 활동을 벌이다가 체포돼 북극해에 면한 야말네네츠크 자치주의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우크라이나 영화감독 올렉 센초프도 함께 풀려났다.
2016년 체포돼 지난해 간첩 혐의로 12년형이 선고된 우크라이나 기자 로만 수셴코, 1990년대 1차 체첸전쟁에서 체첸반군을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미콜라 카르퓩과 스타니슬라프 클리흐 등도 교환 명단에 올랐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석방한 러시아 측 인사 중에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분리주의 세력 사령관이었던 볼로디미르 체마크가 포함됐다.
체마크는 298명이 숨진 말레이시아항공 'MH17' 여객기 격추사건의 핵심 증인이자 용의 선상에 있는 인물이다.
우크라이나는 이와 함께 2014년 오데사에서 벌어진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와 친(親)러시아 세력 사이 유혈충돌 후 체포된 예브게니 메페도프, 반역 혐의를 받은 러시아계 우크라이나 기자 키릴로 비신스키, 크림 강제병합 때 러시아 측으로 전향한 군인 막심 오딘트소프와 알렉산드르 바라노프 등을 풀어준 것으로 BBC 등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양국간 억류자 교환을 '관계 해빙의 신호'로 해석하면서, 양국의 입장차는 여전히 크지만 이번 조처가 '진지한 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임자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과 달리 러시아에 가까운 성향으로 알려진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대화를 모색하리라 예견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항 환영 행사에서 "끔찍한 전쟁을 종식하는 모든 단계를 밟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방 각국도 죄수 교환 조처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마도 평화를 양한 큰 첫걸음"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환영을 표시했다.
중국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희망의 조짐"이라며 반기고, 2015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프랑스, 독일 등이 합의한 민스크 휴전협정을 완전히 이행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고 슈테펜 자이베르트 총리실 대변인이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양측 주민들이 이제는 5년에 걸친 분쟁 종식을 바라도 된다"면서, 억류자 귀환 조처가 이어지기를 기대했다.
석방자 중에 MH17 여객기 격추사건의 잠재적 용의자인 체마크가 포함된 것은 큰 논란이다.
2014년 7월 우크라이나 상공을 지나던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MH17 여객기는 부크(BUK) 미사일을 맞고 격추돼 승객과 승무원 298명이 숨졌다.
사망자의 3분의 2를 차지한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구성된 국제조사팀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의 친러 반군 조직의 소행으로 결론 내렸다.
스테프 블로크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이날 여러 차례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체마크를 러시아에 넘겨준 것에 유감을 나타냈다.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