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함께 살자"…혐한에 맞서 거리로 나온 日시민들

입력 2019-09-07 16:40
"한국과 함께 살자"…혐한에 맞서 거리로 나온 日시민들

'한국 따위 필요 없다' 등 혐한 조장 흐름에 반대집회 조직

"일본인, 과거사 마주해야"…한일 시민사회 연대도 호소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혐한 감정 부추기기를 용납할 수 없다."

일본의 한 주간지가 '한국 따위는 필요 없다'는 특집 기사를 싣는 등 '혐한'(嫌韓) 감정을 부추기는 흐름에 맞서 7일 일본 시민들이 도쿄(東京) 도심에서 목소리를 냈다.

이날 도쿄도(東京都) 시부야(澁谷)구 시부야역 광장에서는 일본 시민 등 약 300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한일 갈등을 계기로 혐한 감정을 부추기는 일부 매체들의 무책임한 태도를 규탄하고 한일 시민사회의 연대를 촉구하는 집회 '일한(日韓) 연대 액션'이 열렸다.

집회 제안자 중 한 명인 대학원생 모토야마 진시로(元山仁士郞) 씨는 "'한국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온 상황에서 어떻게 하든지 이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일한 연대 액션'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모은 이유를 설명하고 정치적 갈등 때문에 한국에 대한 차별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특히 최근 한일 관계 악화의 배경이 된 징용 문제 등 과거사를 일본인이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고교 3학년생은 "주변에 한국이 좋다고 하는 사람이 꽤 많다. 하지만 역사 문제 등의 이야기는 하고 싶어하지 않는 면이 있는 것 같다. 계속 달아나는 것은 안 된다"며 "일본이 전쟁 전후에 조선·한국·아시아에 대해 지독한 일을 했다는 것을 일본인으로서 마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이 앞서 중국인 징용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금전을 지급한 사실을 거론하며 일본의 태도가 이중적이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나왔다.

한 참가자는 "그런 것이 왜 한반도 피해자에게는 불가능한 것이냐. 한국·조선에 대한 일본의 차별이다. 중국인 징용공에게 가능한 일이라면 한국·조선인 징용공에게도 마찬가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재일 조선·한국인 2세는 최근 일본 사회에서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 등 혐한 감정을 부추기는 움직임에 확산하는 가운데 일상에서 겪는 두려움 등을 털어놓으며 일본 사회의 각성을 촉구했다.

그는 "나보다 어린 세대, 앞으로 태어날 어린이들이 이 나라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며 특히 '한국 위험하다', '사죄하라고 지나치게 얘기한다'는 등 편견이 섞인 얘기를 들으면 그냥 맞장구로 흘려넘기지 말고 반론을 제기하라고 당부했다.



참가자들은 '우리는 같이 살아간다', '한일 우호', '일한 연대', '차별이나 미움이 아니고 우호를' 등의 글이 적힌 피켓 등을 들고 한국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기는 흐름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며 한국어와 일본어로 "함께 살자"라는 구호를 외치고 집회를 마무리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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