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 이행 3단계 축소 개시…우라늄 농축 가속

입력 2019-09-06 14:48
이란, 핵합의 이행 3단계 축소 개시…우라늄 농축 가속

핵합의서 정한 연구개발 제한 미이행…'브레이크아웃 타임' 짧아질 듯

유럽에 원유 수입 재개 압박…"60일뒤 이행 범위 또 감축"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은 유럽이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예고한 대로 6일(현지시간) 핵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하는 3단계 조처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이란 외무부는 "외무장관이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에게 이란의 핵기술 연구개발 활동에 대한 제한을 모두 해제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라고 이날 발표했다.

이란이 이날부터 지키지 않겠다고 한 핵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제한은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는 원심분리기의 수와 성능을 핵합의 이행일(2016년 1월16일) 이후 10∼15년간 묶은 핵합의 조항이다.

핵합의에 따라 이란은 약 2만기였던 원심분리기를 6천104기로 줄였다.

보유·가동이 허용된 이들 원심분리기는 초기 모델인 IR-1형으로 농축 성능이 가장 낮다. 이보다 고성능인 IR-4, IR-5, IR-6, IR-8형은 2026년까지 제한된 수량으로 기계적 실험만 하거나 우라늄을 사실상 농축할 수 없는 수준에서 연구개발하기로 했다.

이렇게 우라늄을 농축하는 원심분리기의 양과 질을 제한함으로써 이란이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매우 어렵게 하자는 게 핵합의의 목적이다.

따라서 이란이 이들 제한을 지키지 않는다면 우라늄 농축 활동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할 뜻이 없다는 점을 누누이 밝혔으나, 원심분리기 기술과 설비가 향상돼 우라늄 농축이 가속된다면 '브레이크 아웃 타임'(핵무기 개발 결정부터 보유까지 걸리는 시간)이 그만큼 단축되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은 2015년 7월 이란과 핵협상을 타결할 때 브레이크 아웃 타임이 1년 반 정도로 길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이란 원자력청은 7일 핵기술 연구개발의 구체적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란은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 지 1년이 되는 지난 5월 8일 핵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하는 1단계 조처로 농축 우라늄(우라늄 동위원소 기준 202.8㎏. 육불화 우라늄 기준 300㎏)과 중수의 저장 한도를 넘기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실행했다.

1단계 조처 이후 60일이 지난 7월 7일에는 2단계 조처로 우라늄을 농도 상한(3.67%) 이상으로 농축하겠다고 발표했고, 이튿날 4.5%까지 농축도를 올렸다.

IAEA는 지난달 30일 낸 보고서에서 이란의 농축 우라늄 저장량이 241.6㎏(육불화 우라늄 환산 357.4㎏)으로 한도량을 약 39㎏ 초과했고 농도는 4.5%로 유지했다는 분기 보고서를 냈다.

이란은 지난해 5월 미국이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자 유럽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는 등 핵합의에서 약속한 이란의 경제적 이득을 보장하지 못했다면서 60일 간격으로 이런 단계적 조처로 대응했다.

이란은 이런 조처가 핵합의를 어기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이를 지키지 않으면 이에 상응해 핵합의의 이행 범위를 축소할 수 있는 조항(36조)에 따른 합법적 결정이라고 주장한다.

3단계 조처를 앞두고 핵합의 서명국인 프랑스와 이란은 핵합의를 유지하기 위해 원유 선구매를 조건으로 150억 달러(약 18조원)의 신용공여 한도를 유럽 측이 제공하는 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으나 아직 합의하지 못했다.

이란은 핵합의 이행을 감축하는 3단계 조처를 개시했지만 유럽 측과 계속 대화하고, 다시 60일 뒤에 유럽이 핵합의에 미온적이라면 4단계 조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럽 측이 이란의 요구대로 원유 수입과 금융 거래를 재개하면 즉시 이런 이행 축소 조처를 철회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