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법 공식 철회에도 홍콩 내 산발적 시위 이어져
공기총으로 경찰 위협하기도…'反시위대 테러'도 발생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대규모 시위 촉발의 빌미가 됐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이 공식 철회됐지만, 홍콩 내에서 산발적인 시위가 이어지면서 불안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밤 홍콩 항하우 지하철역에는 100여 명의 시위대가 몰려와 지난달 31일 시위 때 지하철공사가 여러 역사를 폐쇄한 것을 비난했다.
이들 시위대는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고, 출동한 경찰에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지난 4일 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했지만, 나머지 4대 요구사항은 수용을 거부했다.
전날 밤 몽콕 경찰서 앞에서는 시위대가 7일째 시위를 이어가면서 경찰의 강경 진압 등을 비난했다.
틴수이와이 역에서는 시위대가 지하철 역사 앞에서 시작하는 2.8㎞ 길이의 인간 띠를 만드는 시위를 벌였다.
홍콩 시위대는 지하철공사가 역내에서 시위를 금지하는 법원의 임시명령을 발부받은 것을 두고 공사가 홍콩 정부와 결탁했다며 비난하고 있다.
전날 노스포인트 지역에서는 경찰의 단속에 걸린 한 차량 운전자가 경찰에 공기총을 겨누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운전자의 차량 내에서는 모조 총기 3자루, 장검 2자루, 공기총 총알 등이 발견됐다.
홍콩 온라인에서는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는 경찰을 공격하자는 글이 퍼지고 있어 홍콩 당국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튄문 지역에서는 경찰이 검문한 차량에서 해머, 스크루드라이버, 마스크, 장갑 등과 경찰관들의 전화번호, 주소 등 신상 정보를 담은 종이가 발견됐다. 경찰은 차량 내에 있던 3명의 남성을 체포했다.
한편 시위대를 겨냥한 '테러' 성격의 사건도 발생했다.
전날 저녁 홍콩 이공대학 교내에서 시위에 참여하고 있던 이 대학 학생회장 켄 우에게 한 젊은 남성이 다가오더니 갑자기 얼굴을 가격했다.
21살의 이 남성은 "너희들이 다른 사람에게 화염병을 던지는데, 나는 왜 너희들을 못 때리느냐"고 말했다. 이 남성은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전날에는 반중국 성향의 홍콩 언론재벌 지미 라이(라이치잉·黎智英)의 자택 정문에 정체불명의 남성들이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다.
지미 라이는 반중국 성향이 뚜렷한 일간지 '빈과일보'와 주간지 '넥스트 매거진'(이저우칸·壹週刊)을 소유한 언론 기업 넥스트 미디어의 창립자이다.
홍콩 시위대는 이번 주말에도 지난 6월 9일 이후 14번째 주말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7일에는 홍콩 쇼핑몰 등을 돌아다니면서 소비 자제(罷買) 운동을 펼치는 한편, 지난 주말처럼 홍콩국제공항 주변의 교통을 방해하는 시위를 전개할 계획이다. 지난 1일에는 이로 인해 공항 주변에 심각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오는 8일에는 주홍콩 미국 총영사관 앞에서 '홍콩 인권민주 기도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 집회에서는 미국 의회가 논의하는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촉구하기로 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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