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변협·인권단체, 보우소나루 대통령 유엔에 고발할듯

입력 2019-09-06 03:38
브라질 변협·인권단체, 보우소나루 대통령 유엔에 고발할듯

군사 쿠데타 지지·군사독재 옹호 발언 강력 비난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변호사협회와 인권단체인 '블라디미르 헤르조그 연구소'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유엔에 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소는 군사독재정권 시절(1964∼1985년)인 1975년에 정보요원들에 의해 피살된 언론인 블라디미르 헤르조그를 추모하기 위해 2009년 6월 설립됐다.

5일(현지시간) 브라질 뉴스포털 UOL에 따르면 변협과 연구소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를 지지하고 군사독재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협과 연구소의 고발은 오는 10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이어 브라질에서 군사독재정권 시절 인권탄압 실태를 조사하는 정의·기억·진실위원회가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의해 해체된 사실을 알리는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변협과 연구소가 고발을 추진하는 것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1973년 칠레에서 일어난 군사 쿠데타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일어난 데 따른 것이다.

칠레 대통령을 지낸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전날 브라질에서 경찰 폭력이 증가하고 군사독재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가 하면 인권운동가들이 위협받는 등 민주주의 공간이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브라질에서 민주주의 공간이 위축되고 있다고 했는데, 1973년에 (군사 쿠데타로) 좌파를 물리치지 않았다면 칠레는 지금 쿠바가 돼 있을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를 옹호했다.

특히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바첼레트 최고대표의 부친도 당시 좌파 인사들 가운데 하나라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공군 장성이었던 바첼레트 최고대표의 부친 알베르토 바첼레트는 살바도르 아옌데 좌파정권 전복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고문을 당하다 1974년 2월 50세 나이로 옥사했다. 바첼레트 최고대표 역시 1975년 피노체트 정권의 요원들에게 체포돼 고문을 당한 피해자다.

그러자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바첼레트 최고대표와 특히 부친의 죽음과 같은 고통스러운 일에 대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을 결코 공유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외교적 갈등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편, 브라질 변협은 지난 3월에도 1964년 브라질에서 일어난 군사 쿠데타를 지지했다며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유엔에 고발했다.

브라질에서는 1964년 3월 31일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고, 당시 대통령은 유혈 충돌을 우려해 인접국 우루과이로 망명했다.

군사정권은 1985년까지 21년간 계속됐으며, 이 기간에 수많은 민주 인사들이 체포·구금되거나 사망·실종되고 일부는 외국으로 추방당했다.

2012년 5월에 설치된 과거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가진실위원회는 2014년 말 활동을 마감하면서 군사정권 시절 인권 범죄가 조직적으로 자행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진실위는 인권 범죄 희생자 434명과 인권 범죄에 연루된 377명의 명단을 발표했고, 이를 계기로 인권단체와 법조계에서 연루자 처벌을 촉구하는 주장이 나왔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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