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아베와 회담 직전 쿠릴 수산공장 가동식 참가…日 '당혹'
푸틴, '영토분쟁' 시코탄 섬 공장 기념식에 중계 영상으로 참가
日 언론 "자국령 강조 의도"…아베, 회담서 푸틴에 '우려' 전달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전에 양국 간 영토 분쟁 지역인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의 수산가공공장 가동식에 영상 중계 형식으로 참가해 일본을 당황하게 했다.
5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새벽(현지시간) 쿠릴 4개 섬 중 하나인 시코탄에 신설된 수산가공공장의 가동 기념식에 중계 영상으로 참가해 가동을 축하했다.
가동 기념식이 열린 것은 러일 정상회담 개최를 불과 반나절 앞둔 시점이었다. 가동식 생중계 때 푸틴 대통령은 러일 정상회담의 개최 장소이기도 한 블라디보스토크의 '동방경제포럼' 행사장에 있었다.
이 수산가공공장은 러시아의 수산가공공장 중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과 아이슬란드의 최신 설비를 갖춰 하루 최대 1천200톤(t)의 수산물 가공이 가능하다.
푸틴 대통령은 중계 영상을 통해 "고용 창출과 높은 임금의 실현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중계 영상을 통하긴 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총리나 각료에게 일임하지 않고 직접 쿠릴 4개 섬 행사에 참가한 것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교도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쿠릴 4개 섬 개발을 강조하며 일본을 압박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 같다"며 "쿠릴 4개 섬이 자국령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타협하지 않고 개발을 진행하겠다는 자세를 명확히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상회담 직전 푸틴 대통령이 이런 행보를 보이자 쿠릴 4개 섬을 돌려달라고 러시아 측을 설득하고 있는 일본 정부는 매우 당혹스러운 상황이 됐다.
아베 총리는 '전후 외교의 총결산'이라면서 러시아와 평화 조약을 체결하고 쿠릴 4개 섬을 돌려받는 데 공을 들이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은 협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측은 지난 2016년 12월 쿠릴 4개 섬에서의 어업, 해면양식, 관광, 의료, 환경, 기타 분야에 대한 공동경제활동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양국이 같이 하는 이런 경제활동에 대해 러시아와 일본 중 어느 나라의 법률을 적용할지 등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며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20분 간 진행된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의 시코탄 수산가공공장 가동식 참석에 대해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어느 정도의 어조로 관련 언급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이날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북방영토' 문제를 포함한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미래지향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에서 의견 일치를 봤다"고 설명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러시아와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아직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평화조약 체결에 앞서 1855년 제정 러시아와 체결한 통상 및 국경에 관한 양자조약을 근거로 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인 이투루프, 쿠나시르, 시코탄, 하보마이 등 4개 섬을 돌려받길 원하고 있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