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형 퇴직연금, 복수사용자 기금 설립 활성화해야"(종합)
한·호주 퇴직연금 포럼…"규모의 경제, 호주 퇴직연금 성공 요인"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당정이 도입을 추진 중인 기금형 퇴직연금이 성공하려면 여러 사업장이 참여하는 복수 사용자 기금 설립을 활성화해야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5일 금융투자협회와 주한호주대사관 주최로 금투협 불스홀에서 열린 '한·호주 퇴직연금 포럼'에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방향과 관련해 "복수 사용자가 확정기여(DC)형 기금을 설립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개별 또는 복수 사용자가 퇴직연금 운용을 맡을 수탁법인을 설립해 그 기금 의사결정에 따라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송 실장은 "100인 미만 중소사업장을 대상으로 기금형 DC 제도를 단일 사용자 방식만 허용하면 관리비용 증가, 자산 배분 애로, 지배구조 구성 애로 등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좋은 연금 지배구조를 채택해도 소규모 기금은 관리, 운용, 지배구조 상 비효율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복수 사용자 DC형 기금의 설립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송 실장은 "근로자 연금자산을 집합 운용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자산 배분을 개선하고 기대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금형 제도 도입 시 집합운용 근거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복수 사용자가 기금을 만드는 연합형을 활성화하고 사용자와 사업자 간 퇴직연금 계약 형태를 다양화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경선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중소 영세기업이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데 많은 행정·재정적 부담이 있다"며 "근로자들이 직접 적립금을 운용해야 해서 수익률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소기업의 애로를 해소하고 근로자 노후소득 재원을 확충하기 위해 여러 중소기업의 퇴직연금을 모아 운용하는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 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정책관은 "사업주 부담금과 수수료 일부를 지원하고 행정업무를 대신해 행정 부담을 덜어드리고, 근로복지공단이 자산을 통합해 운용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키우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의 기틀을 마련한 게리 위븐 IFM인베스터스 창립자는 제도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기금의 대형화를 꼽았다.
슈퍼애뉴에이션 기금 중 가장 규모가 큰 유형인 산업형 펀드(Industry supperannuation funds)의 1년 수익률은 올해 6월 말 기준 7.09%다.
위븐 창립자는 "기금을 연합으로 대형화해 개별 기업이 판매하는 퇴직연금보다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며 "연금 시스템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룬 게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퇴직연금은 많은 회사에 속한 많은 직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위험 비용이 전반적으로 분산돼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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