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 잠룡들 기후변화 대응 목청높이자 트럼프 '실시간 반박'
민주 '1조 달러' 투자 약속에 트럼프 "에너지 요금 올라갈 것"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4일(현지시간) 기후변화를 화두로 7시간에 걸쳐 열띤 토론을 펼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실시간 '트윗 공격'으로 반박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CNN방송이 이날 마련한 타운홀 미팅 형식의 토론에 참여한 10명의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은 저마다 석유와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출가스를 줄여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기후변화는 민주당 내에서 갈수록 세를 불리는 좌파 성향 지지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내년 대선 이슈 중 하나다. 특히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립각을 분명히 세우는 차별 포인트이기도 하다.
토론에서 카멀라 해리스(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땅 밑에서 셰일가스를 뽑아내는 기술인 '수압 파쇄'(hydraulic fracturing) 공법 자체를 금지하겠다고 말했다.
지하에서 수평으로 셰일 암반을 깨뜨리며 전진하기 위한 핵심기술인 수압 파쇄가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해리스 의원은 아울러 민주당 내 진보 진영이 내놓은 '그린 뉴딜'(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상원의 고유권한인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없애겠다는 약속도 했다.
훌리안 카스트로 전 주택개발부 장관은 기후변화 대책의 시급성을 설명하기 위해 현재 미 본토를 위협하고 있는 초대형 허리케인 '도리안'을 끄집어냈다.
그는 "우리는 허리케인 도리안으로 그것(기후변화)을 볼 수 있다. 북극의 만년설이 녹고 아마존이 불타고 있다"면서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기후 과학자가 필요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들은 기후변화 대책 연구와 투자를 위해 1조 달러(약 1천202조원)를 투입하는 계획에 대해서도 너나없이 발 벗고 나설 것을 다짐했다.
장장 7시간에 걸친 민주당 대선후보들의 기후변화 토론에 정작 흥미를 더한 이는 다름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그는 거의 실시간으로 트위터에 조롱 섞인 반박 글을 올리며 맞불 작전을 폈다.
트럼프 대통령은 CNN으로 중계된 토론이 시작되자마자 민주당의 제안은 불필요하며 돈이 많이 든다고 비판을 가했다. 그는 "민주당의 파괴적인 '환경적인' 제안은 에너지 요금과 펌프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방송망(CNN)이 무시한 8가지 사실"이라면서 기후변화는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쏟아내는 중국의 사기극이며, 미국은 최소 배출국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또 2017년 8월 파리기후협약 탈퇴 결정에 대해선 "협약에 결점이 몹시 많았다"고 항변했고, "미국은 에너지 생산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안전한 공기와 물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화력발전소 폐쇄를 골자로 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인 '클린 파워 플랜'을 폐기했고,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도 완화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기후변화 토론을 사전 반박하는 데 있어 한치도 박자를 놓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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