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시대 정책·재정 패러다임 바꿔야"…국제재정포럼 개최
(세종=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디지털 플랫폼 시대의 재정혁신 방향을 논의하고 각국의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기획재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공동으로 5일부터 이틀간 밀레니엄서울힐튼 호텔에서 '제8회 국제 재정포럼'을 열고 '플랫폼 시대의 재정혁신 방향'을 주제로 논의했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개회사에서 "플랫폼 시대에 정부는 '정책 생산자'를 넘어서 '정책 플랫폼'이 돼야 한다"면서 "개방과 분야 간 협업이 가치 창출의 중요 원동력이 되는 플랫폼 시대에는 정부 정책과 이를 뒷받침하는 재정정책 역시 플랫폼의 원리에 부합하게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빠르게 변화하는 복잡한 환경 속에서 상시적이고 기민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성 높은 지식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의제와 전략이 도출되고 이를 토대로 살아있는 정책과 재원 배분 방안이 수립될 수 있도록 각국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럼에는 국내외 전문가들과 기재부 예산실 관료들이 발표자로 참여해 디지털 플랫폼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정부·재정 분야 혁신 방향을 논의했다.
플랫폼 시대로의 이행에 부합하도록 정책 형성과 재원 배분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 개방·융합에 토대한 정책 운영체계 구축 ▲ 경제·산업 혁신을 뒷받침하는 재정투자와 구조조정 ▲ 고용구조 변화에 대한 재정의 선제 대응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열린 정책 형성을 통한 효과적 재원 배분 전략 수립 방향'을 논의한 첫 번째 세션에서 발표자로 나선 레베카 필라스 스웨덴 국세청 조세팀장은 "스웨덴 국세청과 스웨덴 혁신기관이 수요 중심의 '정책 랩(Policy Lab)'을 설립해 사용자 요구를 기반으로 서비스와 정책 프레임워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정책 집행 기관이 가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용자가 겪는 실제 문제에 집중함으로써 정책을 국가 단위로 확장하기 이전인 초기 단계에서 새로운 솔루션을 실험하기 때문에 빠르고 비용 면에서 효율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크리스 웨버 영국 내각사무처 개방형 혁신팀장은 "영국 정부는 최근 정책 결정 과정을 개방하기 위해 정책 결정자인 정부 부처와 학계의 협업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측 발표를 맡은 조세현 한국행정연구원 정부혁신연구실장은 "KDI, 한국행정연구원 등 4개 국책연구기관에 '열린 랩(open lab)' 기능을 확대·신설해 이들 랩을 네트워크화하는 '열린 혁신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사회변화와 경제 혁신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집행의 효과성 제고 방안'을 논의한 두 번째 세션에서는 OECD 등 해외 발표자들이 경제·산업구조 개혁을 위한 혁신적인 재정투자와 함께, 기존의 비효율적인 투자를 걷어내기 위한 노력을 소개했다.
에드윈 라우 OECD 공공거버넌스국 예산·공공지출부장은 "정부가 기존의 경직된 재정 메커니즘에서 벗어나 기술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재정전략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하향식 예산 배분, 기술현황을 고려하지 않은 표준화된 프로젝트 투자 등 기존 재정방식은 위험과 실패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 측 토론자들은 내년 예산안에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네트워크(5G)·AI(인공지능)' 분야의 투자를 대폭 늘렸다고 설명하고, 주요 재정투자사업의 효과성을 전면 재점검하는 '분야별 종합지출구조조정'에 나선다는 계획을 소개했다.
한편, 2일 차에 '플랫폼 시대 변화된 고용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역할'을 논의하는 세 번째 세션에는 스테인 브루커 OECD 선임이코노미스트 등이 발표자로 나서 플랫폼 시대에 점차 근로자와 자영업자가 불분명해지며 노동시장 불균형이 취약 계층에 더욱 가혹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람에 대한 투자를 통해 빠른 변화 속에서 낙오되는 이들이 최소화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사람에 대한 혁신적·모험적 재정 투자의 사례로 싱가포르 정부가 실시한 '스킬스퓨처(SkillsFuture) 프로젝트', 핀란드 정부의 '기초소득(basic income)' 실험사례 등이 소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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