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규제 놓고 日정부 내부 이견…경산성이 밀어붙여"

입력 2019-09-05 09:36
수정 2019-09-05 09:45
"반도체 수출규제 놓고 日정부 내부 이견…경산성이 밀어붙여"

마이니치신문, 한국에 '경고' 보낼 수단 선택 둘러싼 내막 소개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한국 반도체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출 규제 강화 조처에 대해 일본 정부 내에서 신중론이 있었으나 경제산업성이 주도해 강행했다는 일본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일본 정부가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대응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의 주요 산업인 반도체를 겨냥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올해 6월 "신념을 굽히지 않고 출구를 찾으면서 하면 좋겠다"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재무성 출신인 후루야 가즈유키(古谷一之) 관방부장관보가 중심이 돼 대응책을 논의한 단계에서는 메시지 효과가 큰 '경고'에 무게를 뒀는데 경산성이 논의를 주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경제산업성의 제안에 대해 "갑자기 반도체는 곤란하다"는 신중론도 나왔으나, 한 경제 각료는 강하게 하지 않으면 문재인 정권에 일본의 의사가 전달되지 않는다며 아베 총리에게 반도체를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올해 6월 20일 후루야 관방부장관보와 외무성·경제산업성 사무차관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아베 총리 등은 '한국 측은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으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폐막 후 결국 수출 규제 강화를 단행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은 자국이 징용 판결을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를 전하기 위해 '경고' 조치를 한 것인데 양국 간 대립을 경제 분야를 넘어 안보 분야로 확대할 정도로 한국 측의 반응은 격렬했다고 마이니치는 보도했다.

게다가 경제산업성은 '신뢰 관계 하에서 수출관리에 임하기 곤란해졌다'는 답변 요령 자료를 만들었는데 이는 '수출규제 강화가 징용 판결에 대항하는 조치가 아니며 징용 판결은 그 배경의 하나'라는 일본 정부의 설명과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마이니치는 한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것에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강화를 계기로 '경제 강국'을 지향하기로 한 것과 안보 의식이 부족한 통상교섭 그룹의 청와대 내 발언력이 세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달 22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등 정보·외교안보 라인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나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경제보복' 대항 카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결국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내려졌다고 정부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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